58년 개띠, 70년 개띠, 그들을 잇는게 82년 개띠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표하는 58년생과 학생운동과 사회 대변혁 시기를 상징하는 70년생. 그들의 다음 세대지만 앞선 58, 70년생들과 달리 ‘김지영’처럼 여전히 현실의 어려움에 허덕이는 ‘피동적 세대’로만 표현되는 안타까운 세대이다. 물론 각 세대를 상징해왔던 58, 70년생들이 바라보는 82년생은 아직 어리고 철도 없는 어린애에 불과할 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82년생도 어느새 두 달 뒤면 불혹을 맞는다.

 한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가장이거나 철인과 같은 정신력으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기도 하며, 날로 연로해지는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아들, 딸이기도 하다.

 일터에서는 선배들의 비위도 적당히 맞춰야 하고 변화하는 시대 흐름 속에 Z세대를 표방하는 후배들도 이끌어야 하는 속칭 낀세대이다.

 선배들의 ‘라떼’ 타령에는 자본주의적 미소로 응대하면서, 워라밸을 중시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는 그들이 퇴근한 이후 남아 있는 잔무를 묵묵히 소화해내야 하는 것도 현재 82년생 개띠들이 겪고 있는 숙명과도 같은 모습이다.

 그러다가도 한시라도 적절한 균형감을 잠시라도 놓치게 되면 중간자로서 허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날선 비판과 눈매가 82년생들을 쏘아붙인다.

 소설 속 김지영이 말했던 대로 벽을 지나치면 또 벽이 나오는 미로 같은 일상만 가득하다.

 이제 내 벗 82년생에게 고한다.

 벽을 깨버리자. 그렇지만 벽이 안 깨지면 또 그냥 깨지말자.

 왜 감정도 없이 때로는 충성을, 또 반대쪽에서는 리더십을 강요받으면서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서만 존재해야 하는가.

 오늘 하루, 일과 관계없이 백지 상태의 노트북을 한번 켜고 바라봐보자. 그리고 천천히 써내려가자.

 우리의 마음속 응어리와 보람찬 미래의 우리 모습을 그려보자.

 저항하자. 우린 누군가에 맞춰야만 하는 중간자가 아니다. 지금 이 시간, 앞으로도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우리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