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인천에서는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다 발생한 화재로 중상을 입었다. 아동 방임이 낳은 비극이었다. 13일에는 학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16개월 된 입양아가 서울의 한 병원에서 사망했다. 기가 막힌 건 학대 정황이 포착된 뒤에도 5개월 동안을 그 부모와 같이 있었다고 한다. 지난 16일에는 방임과 학대를 넘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모 중고거래 앱 게시판에 20만 원이라는 판매금액과 함께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됐어요"라는 어느 미혼모의 글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포용적 복지국가라는 화려한 슬로건 아래 지금 이 순간에도 위험한 환경에서 하루하루 지내고 있을 아동들을 생각하면 참담함을 금할 길 없다. 어디서부터 잘못됐기에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건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렇다고 아동 복지에 대한 정부 노력이 역대 정권에 비해 딱히 부족해 보이지도 않는다. 오히려 더 다양하고 긍정적인 개선이 이뤄지는 편이다. 이제는 가정법원에서 방임이나 학대를 받는 아동에게 시설 보호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아동학대 신고도 보호받을 수 있게 됐고, 전국적으로 기초단체 수준까지 전담복지사도 확대 배치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사랑의 매’도 사라진다. 그동안 오로지 아동에게만 훈육과 징계라는 이름으로 폭행이 용인돼 왔다. 아동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부모의 자기 결정권 영역으로 보는 유교적 영향을 받아서다. 하지만 어떤 훈육이라도 체벌을 받는 입장에선, 신체적 고통과 심리적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 자아개념 훼손과 폭력까지 학습하는 등 부정적인 면이 훨씬 크다. 이런 이유로 UN아동권리위원회는 폭력의 범주에 체벌을 집어넣고, 각국에 아동체벌금지법 제정을 권고하고 있다. 우리도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지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2% 부족하다. 우리 자신의 의식도 함께 변해야 한다. 아동은 그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다. 자녀에 대한 부모 권리 역시 무제한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다. 자녀의 보호와 인격 발현을 위해 부여되는, 즉 권리보다 의무적 성격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결국 법과 제도, 정책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동이 ‘권리의 대상’이라는 의식을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만 제2의 라면 형제나 입양아 학대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