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꽃
103분 / 드라마 / 12세 관람가

장의사 ‘성길’은 평생 ‘종이꽃’을 접으며 죽은 이들의 넋을 기려 왔다. 그는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져 삶에 대한 의지를 잃은 아들 ‘지혁’과 녹록지 않은 형편 때문에 대규모 상조회사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앞집으로 이사 온 모녀의 밝고 거리낌 없는 모습에 두 사람은 점점 잊고 있던 희망을 품게 된다.

 영화 ‘종이꽃’은 고훈 감독이 우연히 읽게 된 한 장의사의 인터뷰 내용에서 비롯됐다. 그는 우리나라의 장례문화에 사용되던 종이꽃에 담긴 숭고한 의미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울림 있는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음을 느꼈다고 밝혔다. 종이꽃은 가진 것과 상관없이 인간의 존엄에 대한 평등성을 표현하는 매개가 된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삶과 죽음, 장례문화를 현실감 있게 그려낸다.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장례 절차를 거짓 없이 담기 위해 실제 장례업체로부터 염하는 방법과 종이꽃 접는 방법, 실제 장례용품을 협찬받아 사용했다. 또한 죽음 앞에서도 지급하는 돈에 따라 부유한 장례, 가난한 장례로 나뉘는 현실적인 모습을 관과 수의, 종이꽃 등 디테일한 요소로 표현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신구 배우들의 특별한 조합을 볼 수 있다. 

 또 한 번의 인생 열연을 선보인 배우 안성기는 무뚝뚝한 장의사 ‘성길’역을 맡았다. 그는 상조회사들의 등장으로 일거리가 줄어든 장의사의 고단한 현실부터 거동이 불편해진 아들을 묵묵히 돌보는 아버지의 모습까지 성길의 내면을 완벽히 표현했다. 우연히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던 주인장의 죽음을 목격하고, 이를 단순히 자본주의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 속에서 진정한 삶과 죽음의 의미, 인간의 존엄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유진은 상처가 있지만 밝고 씩씩한 ‘은숙’을 연기했다. 김혜성은 사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해진 성길의 아들 ‘지혁’역을 맡았다. 미래가 촉망되는 의대생이었던 그는 우연한 사고로 희망을 포기하지만, 은숙의 간호를 받으며 다시 한 번 희망을 꿈꾼다. 여기에 ‘리틀 포레스트’에서 김태리의 아역을 맡은 아역배우 장재희가 은숙의 딸 ‘노을’을 맡아 극에 활력을 더한다. 

 영화 ‘종이꽃’은 미국의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백금상)과 함께 국민배우 안성기가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오는 22일 개봉 예정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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