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감사가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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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1호기’ 감사가 남긴 숙제
  • 기호일보
  • 승인 2020.10.22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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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 이틀 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폐쇄 이유는 ‘경제성 없음’이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4조 원의 경제성 평가를 받았던 원전이 갑자기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860일이 지난 20일 마무리됐다. 쟁점은 ‘조기 폐쇄를 위해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는가’였다. 결론은 ‘그렇다’였다. 하지만 감사원은 원전 안전성이나 지역 수용성까지 고려한 ‘폐쇄 결정의 전체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았다. 

감사 대상자의 배임 행위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는 취하지 않기로 했다. 잘못은 있었지만 벌을 주거나 판을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 남겨진 숙제는 두 가지다. 첫째, 감사를 방해한 자들에 대한 처벌 문제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한 징계를 공식 요구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이렇게 감사 저항이 심한 감사는 재임하는 동안 처음이었다", "자료 삭제는 물론이고 진술을 바꾸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됐다"고 탄식했다. 관계자들은 ‘대통령 공약을 열심히 이행한 게 죄냐’며 항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권에 충성하는 것과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엄연히 다른 얘기다. 감사원법에 의하면 감사를 거부·방해하거나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는 자는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일벌백계 해야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직을 걸고 거부하는, 바람직한 공무원상’도 정립될 수 있다. 둘째, 급속한 탈원전의 재고다. 솔직히 그동안 추진해온 탈원전은 에너지 정책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협소한 국토, 높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고립된 전력망 등 우리나라의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원전 인력 유출, 전력수급 차질, 산림 훼손, 전기료 인상 등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성을 과소평가한 허위 보고서 몇 장으로, 원전 가동을 중지시켰다.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관련 업체들이 경영위기에 직면하며, 화석연료 사용률(80%)이 OECD 최상위권에 위치하게 된 이유다. ‘공개적으로, 투명하고, 적법하게’ 진행만 됐더라도 발생하지 않을 일이었다. 이러한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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