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방역을 위한 비대면 정책이 장기화됨에 따라 나타난 변화는 국가경제 침체와 대학의 해체라고 할 수 있다. 전자는 글로벌 공급망이 닫혀 공장들이 멈춰 섰기 때문이고 후자는 정착된 비대면 교육 때문이다. 특히 인천과 같이 중소 제조산업에 특화된 도시의 경우 그 타격은 더욱 심하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인천시와 대학이 도시 인천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답이 쉽지 않을 때는 기본부터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다.
도시는 경제와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어떤 이유로 경제가 활성화돼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문화를 형성하게 되는데 이때 이를 담아 내는 구조물이 바로 도시인 것이다. 중세 이탈리아 피렌체가 십자군전쟁으로 막대한 부를 얻은 뒤 르네상스 문화의 기초를 닦았고 실크로드의 번영으로 경제력을 갖춘 바그다드가 이슬람문화를 꽃피웠던 것이다. 현재 세계 경제의 중심인 미국 뉴욕 또한 세계 문화의 중심인 것도 같은 이치이다. 즉 도시 발전은 경제 활성화와 함께 문화가 같이 어울려진다는 것이다. 도시의 부(富)는 대체로 환경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위치가 국가 간 무역 중심에 있거나 주위에 많은 자원이 있거나 하는 경우이다.
그러나 첨단기술 시대가 열리면서 기술 산업이 도시 경제 활성화에 대한 중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몇 달 전 미국 구글이 회사 부지를 제공받기 위해 각 도시로부터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다. 뉴욕 등 각 대도시들이 큰 혜택을 약속했는데 이것은 유치만 하면 고용확충 등 경제활성화에 큰 모멘텀이 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가 파산 지경에 이르렀다가 핀테크(Fintech) 산업을 통해 다시 경쟁력을 회복한 사실을 봐도 기술 산업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경제가 일어나면 이 여파는 당연히 문화산업 활성화로 이어진다. 피렌체의 부호나 미국 기업들의 지원 없이는 현재와 같은 그러한 문화유산을 만들어 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지역의 문화산업은 지역 경제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고, 결국 경제와 문화 이 두 요소가 도시 경쟁력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도시 발전을 위해 경제와 문화 즉 기술과 문화가 필요하다면 누가 기술을 창출하고 문화 공급을 주도할 수 있는가. 그것은 다름 아닌 지역대학일 수밖에 없다.
대학의 기본 역할은 연구와 교육이다. 즉 기술을 창출하기 위한 교수진을 갖추고 기술 수요자인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술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다. 대학의 기술연구와 기술인력의 원활한 공급은 첨단 기업 유치의 필수 요건이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스탠퍼드대학 주위로 첨단 기업들이 몰리는 것이다. 송도경제특구 역시 기획 초기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첨단기업 유치를 위한 방안이 세계적 명문대 유치였던 것도 같은 이유이다. 지역의 문화 형성과 소비에서도 대학의 연구와 교육 기능은 필수적이다.
도시문화는 대학의 인문계와 예술계의 문화 관련 전문가들에 의해 방향성이 제시되고 문화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활성화되는 것이다. 코로나 사회에도 도시와 대학의 이러한 기본적 속성은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정보기술에 더욱 의존적이 될 것은 명확하다. 비대면사회로 인해 경제는 첨단 기술 기업 형태로 재편될 것이고 문화산업 역시 정보기술 융합 형태로 진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지역 내에서는 대학만이 연구와 첨단인력 양성을 통해 기업 유치를 할 수 있고 새로운 문화 창출을 통해 도시 활성화와 경쟁력을 올릴 수 있다.
결국 코로나 이후에도 지역 대학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대학이 능력을 갖고 있다고 해도 지방정부 도움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 모든 것을 조직하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예산과 조직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시정부가 필요한 이유이다. 따라서 대학이 도시 발전을 위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역 운명 공동체로서 시정부와 대학은 새로운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대학의 변화 역시 중요하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는 대학의 정의(定義)와 역할 그리고 대학 구조 및 운영 등 모든 것이 새로운 틀에 맞춰 다시 정립해야 한다.
대학의 수요자인 사회가 무섭게 변화하고 있는데 기존의 틀과 사고를 고수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코로나 혼돈의 시대에 분명한 것은 인천시나 대학 홀로는 번영은 고사하고 생존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두 기관이 머리와 몸처럼 한 유기체가 돼 우리 후대를 위해 도시 인천을 끌고 가도록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결단이 필요한 때에 행동하지 않는 것은 죄(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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