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2018년 6월 경주 월성 원전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원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했다는 내용의 감사원 감사보고서가 지난 20일 공개됐다. 감사원은 한수원 직원들이 경제성 평가 용역 보고서에 담긴 판매단가가 실제보다 낮게 책정됐음을 알면서도 바로잡지 않고 평가에 사용토록 했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직원들이 경제성 평가에 부당하게 개입했고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은 이를 묵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가 감사원 감사를 받는 와중에 현 정권 탈원전 정책과 관련한 청와대 보고자료 등 444개의 파일을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감사원은 국회가 감사를 요구한 경제성 평가를 중점 검토하고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여부는 감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그 일환으로 월성1호기 조기 폐쇄를 추진하기로 한 정책 결정의 당부(當否)는 이번 감사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와 연관된 인사들에 대한 감사원의 직접 고발도 없었다.

호부호형(呼父呼兄)이라는 말이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고, 형(兄)을 형(兄)이라고 부름을 뜻하는 것인데 이 당연한 것을 말할 수 없을 때 ‘호부호형(呼父呼兄)하지 못한다’고 표현하며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할 수 없을 때 쓰이기도 한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2017년 12월과 2018년 3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으로부터 "월성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것보다 운영 변경 허가 기간(2년 뒤)까지 운영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라는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정권의 탈원전 기조에 따라 ‘폐쇄’로 방향을 잡고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결과를 수차례 수정해 결국 경제성을 떨어뜨렸고 이를 근거로 이사회를 열어 결국 ‘월성 1호기 폐쇄’를 결정했던 것이다. 

이번 감사를 통해 이제는 모든 실체가 드러났다. 그러나 호부호형을 할 수 없는 감사원이 원전 조기 폐쇄 결정의 당부(當否)를 결론짓지 못하고 결국 절충식 반쪽 결론을 내는 것을 보면서 세태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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