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은 후쿠시마 해변의 핵발전소 4기를 처참하게 파괴했다. 자연재해를 완충하던 리아스식 해안을 매립하고 세운 발전소 중 설계 수명을 무리하게 연장한 4기가 잇따라 무너졌는데, 그중 3기에서 핵연료들이 상상하기 두렵게 녹아내렸다.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어장치 잃은 발전소에서 막대한 방사능을 치명적으로 방출한다. 방호복 없이 다가가는 생명은 즉시 절명할 정도다.

담배 필터 크기의 핵연료는 수m의 지르코늅 합금관에 채워졌고, 그 대롱 수백 개를 뭉쳐 핵반응로에 넣었을 텐데, 그 뭉치는 적어도 3개 이상이었을 것이다. 지진과 해일로 전기가 끊긴 후쿠시마 핵발전소 3기의 반응로에 냉각수 공급이 멈추자 수천 도로 치솟던 핵연료들은 합금관을 녹이며 들러붙었고 두꺼운 핵반응로 강철을 뚫었을 텐데, 거기에서 그쳤을 리 없다. 그 아래 콘크리트 구조물을 녹이고 암반 아래 지하수를 끓일 뿐 아니라 인류는 겪어본 적 없는 핵폭발로 재앙을 맞았을지 모른다.

핵연료는 한계 무게를 넘으면 폭발한다. 다급한 동경전력은 위험을 무릅쓰고 물을 퍼부었고, 천만다행으로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덩어리져 있는지 모르는 핵연료 덩어리는 지금도 폭발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핵연료를 식히고 배출되는 오염수다. 상당한 양은 초기 바다로 나갔고 지금은 대부분 회수해 정화한다고 관계자는 주장한다. 온갖 방사성 물질 중 삼중수소만 남은 상태로 정화했다고 주장하는 오염수를 커다란 탱크에 담아 못 쓰는 발전소 땅에 막연히 보관해왔는데, 탱크가 넘친다. 계속 배출되는 오염수를 앞으로 어찌하나?

일본 신임 총리는 100만 t이 넘게 보관하던 오염수를 태평양에 희석해 버리겠다고 한다. 대다수 일본의 어민은 필사적이고 시민 대부분도 반대하지만, 대안이 없으니 강행하겠다는 자세다. 진정 대안이 없을까? 태평양에 버리면 수많은 어패류의 몸에 치명상을 입히며 축적될 테고, 그 어패류는 사람 몸에 들어가 방사능을 쏟을 것이다. 반감기가 13년인 삼중수소는 100여 년 이상 태평양의 생태계를 오염시킬 텐데, 대안이 없다고? 있다. 지하에 거대한 시설을 만들어 영구히 안전을 관리하는 방법이다. 

영구히? 그렇다. 시설이 부식하면 더 큰 시설을 지어 옮기고 다시 영구히 관리해야 한다. 인간이 멸종된 이후는? 뭉쳐 분열하는 핵연료는 결국 폭발하고 후쿠시마는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방사능으로 초토화되겠지. 그 일원의 모든 생물은 치명상을 입어 연거푸 멸종하거나 돌연변이 되겠지. 그렇듯, 인간의 섣부른 과학은 한계가 분명하다. 그런 사실을 과학자는 진작 알았어도 핵발전소를 지었다. 자본의 이익과 국가의 패권 때문이었다. 후손이 그들을 법정에 세운다면 천벌 받을 짓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이후 태평양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오염됐다. 미국은 자국민에게 참치 같은 대형어류를 먹지 말라 권유한다. 이맘때 제주도에서 잡는 방어의 상당수는 오염 정도가 심각한 후쿠시마 앞바다를 긴 시간 경유했을 것이다. 입맛 당기더라도 외면하는 게 현명하다. 원양어선이 잡은 명태, 대구, 고등어는 피하라고 전문가는 권고한다. 한데 오염수 100여만 t을 태평양에 추가한다고? 한번 버리면 계속 버리는 행위를 세계 어떤 정부도 막기 어려울 텐데?

일본 정부는 걸핏하면 북한의 자국민 납치 문제를 들먹이지만, 우리와 외국의 어린 여성을 위안부로 납치한 그들은 징병과 징용으로 수많은 우리 백성을 억압하며 희생시켰다. 보상은커녕 사과조차 외면하더니 태평양에 독극물을 풀겠다고? 모든 세상의 다음세대가 누려야 할 생태계를 통으로 위협하려 드는데, 용납할 수 있는가? 그런 일본 정부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규탄성명은 부족하다.

고장 잦은 핵발전소가 한둘 아닌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핵발전소를 50기 가깝게 가동하는 중국에 환경단체가 감시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후쿠시마처럼 하나만 폭발해도 황해는 끝장날 텐데, 인천은 괜찮을까? 후손을 생각한다면, 우리나 중국, 세계의 모든 핵발전을 당장 멈춰야 최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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