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과 같은 ‘어른’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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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과 같은 ‘어른’은 없는가?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10.23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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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요즘 국정감사 현장을 보면 오랫동안 지녀온 의구심이 되살아나곤 합니다. 본질에서 벗어나 곁가지들에 매달려 정쟁을 일삼는 통에 결국 본질은 흐지부지되고 마는 것, 의혹을 규명하겠다며 부른 증인을 몰아붙이거나 애써 보호하려고 하는 억지가 왜 고쳐지지 않을까라는 의구심이 그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요. 목소리를 높이며 거칠게 말하는 의원들에게 「뒤주 속의 성자들」(김윤덕)에 나오는 그릇가게 주인과 손님의 다툼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릇가게에 들어온 손님이 작은 접시 한 장을 들고 "이 접시를 50개 사려고 하는데 얼마에 해주시겠습니까?"라고 묻습니다. 개당 천 원이니 모두 오만 원이라고 주인이 말하자, 손님은 50개를 살 테니 깎아달라고 합니다. 그러나 주인은 작은 그릇은 원래 이윤이 박해 그렇게 해줄 수 없다고 하자, 손님은 버럭 화를 내면서 "내가 가만히 보아하니 당신은 주인이 아니라서 그릇값을 깎아줄 수가 없는 모양인데, 주인을 좀 불러주시오. 그러면 내가 알아서 흥정하겠소"라고 말했습니다.

주인은 자신이 이 가게 사장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으나 손님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사기그릇 하나를 바닥에 던져 깨뜨리고는 소리를 지릅니다. "봤소? 이래도 내가 주인이 아니란 말이오?"

서로가 답을 미리 정해놓고 토론하면, 결과는 이렇게 끝나기 쉽습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채 적대적인 감정만 깊어질 겁니다. 가게주인은 접시를 팔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접시까지 깨뜨리는 손해를 입었고, 손님은 손님대로 감정이 상해서 가게를 나가 버렸습니다. 두 사람 모두 팔아야 하고 사야 하는 ‘본질’을 망각한 채 상처만 안고 대화가 끝났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순간순간의 분노로 말미암아 ‘본질’을 망각한 채 상처만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느 사회나 어느 시대나 문제는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진짜 문제는 ‘문제’가 아니라 그 문제를 대하는 ‘태도’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태도가 그렇게 거친 것은 ‘우월감’에 젖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월감은 ‘나만 옳다’는 그릇되고 편협된 시각에서 비롯됩니다. 각자의 진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만을 접하다 보니 그것만이 ‘옳음’이 되고, 그것을 기준으로 상대를 보니 상대는 늘 ‘틀림’이 되고 맙니다. 그런데 문제는 상대 진영 역시도 자신들의 판단만이 ‘옳다’고 믿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악’으로 여기니 거칠게 몰아붙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정을 논하는 중요한 사람들의 이런 거친 태도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요? 힘을 가진 그들이 그러면 그럴수록 그들이 외치는 구호와는 달리 국민의 삶은 더욱 힘들어질 텐데 말입니다. 한 가지 방법은 존경할 만한 ‘어른’이 있어서 그들의 거친 행위를 제어하는 것입니다. 그런 어른은 전체 맥락을 읽을 줄 알고, 때로는 져주는 것이 결국은 이기는 것이란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사람일 겁니다. 세계적인 석학인 아인슈타인이 그런 태도를 지닌 ‘어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화를 다스리면 인생이 달라진다」(알루보물레 스마나사라)에 나오는 그의 일화에서 그의 그런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수학을 못 하는 소녀에게 이웃집에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살고 있다고 알린다. 그녀가 그를 찾는다. 그녀의 성적이 오른다. 훗날 아이의 부모가 죄스러워 그를 찾는다. 그런데 그가 ‘오히려 아이에게서 제가 많이 배운걸요’라고 말한다. ‘뭐야, 초등학생이잖아. 바쁘니까 오지 마라’라고 거만하게 구는 게 보통사람들인데 말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인 중에 이런 ‘어른’은 계시지 않는 걸까요? 말씀 한마디만으로도 그들의 교만함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그런 어른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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