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 등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들의 ‘갑질’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으나 이에 대한 실질적 예방대책은 미비해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경기도와 경기도의회는 지난 14일 도의회 1층 대회의실에서 ‘2020 하반기 경기도 정책토론대축제-공동주택 관리현장 내 종사자 인권 보호 및 자살 방지 대책시스템 구축·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도의회 교육행정위원회 소속 박옥분(민·수원2)의원이 좌장을 맡았으며 이선미 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장, 최강현 경기남부경찰청 시민감찰위원, 박병태 전국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경기지회장, 장혁순 변호사, 강현석 도 노동권익과장, 이성우 경기연구원 북부연구센터 연구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선미 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장은 ‘공동주택 관리업무 구조 개선 기반 마련’을 주제로 발표에 나서 "매년 많은 아파트에서 입주민이 관리소장 등에 폭언·폭행을 가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으며, 고소·고발하기 애매한 간접적 협박과 습관적 민원 제기 등 정신적 괴롭힘을 지속적으로 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제발표에서 공개된 피해 사례와 관련,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 2천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폭행·폭언 등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75.8%인 1천545명이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또 2015년부터 올해까지 도내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에 대한 갑질 등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 및 스트레스성 사망사건도 16건에 달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경기도청 또는 각 지자체에 신고센터 운영,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동대표의 임시 직위 정지와 자세한 조사를 통해 시비를 가리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본격적인 토론회에서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와 입주민 간 분쟁을 해결할 기구의 설치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최강현 시민감찰위원은 "경기도 공동주택 관리 및 지원 조례에 관리 지원 전담기구 구성을 명시하고, 생활밀착형 관리 지원을 위해 도나 각 지자체에 공동주택 지원기구 또는 주민분쟁조정센터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병태 회장도 "입주민 권리 보호나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를 위한 신고센터 설치가 필요하다"며 "갑질 피해 신고를 접수하면 사실 조사 및 행정지도 등을 통해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 중 실제 가해자가 있다면 직위에 대한 일시 정지, 관리사무소장과의 분리 등을 통해 정상적인 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평상의 상태로 입주민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성우 연구위원 역시 "법적인 고소·고발과 별개로 사적 자치의 원활한 복원 및 인권침해 구제를 위해 자체적 해결에 기반한 ‘인권침해구제위원회’ 절차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 측 토론자로 나선 강현석 과장은 ‘신고센터’ 설치 필요성 등에 동의, 현재 도가 운영 중인 노동권익센터의 기능 강화 등에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박옥분 도의회 교육행정위 의원 인터뷰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와 입주자 모두가 행복한 경기도를 만들기 위해 토론회를 통해 제안된 정책들을 점검, 정책으로 실현시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공동주택 관리현장 내 종사자 인권보호 및 자살방지 대책시스템 구축제도 개선 토론회’ 좌장을 맡아 논의를 이끈 도의회 박옥분(민·수원2·사진)의원은 "지난해 9월 수원시의 한 관리사무소장에게서 입주자대표회장의 폭언 및 갑질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는 내용을 접했다"며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에 대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 토론회를 마련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폭언·폭행에 시달려도 주민이나 입주자대표회의 구성원을 고소하기 어렵고, 고소를 한다 해도 직장을 잃게 되는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최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아파트 경비원 등에 대한 ‘갑질’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공동주택관리법 개정 등의 일부 성과는 있었으나 아직 현장에서는 제도를 뒷받침할 실질적 지원 시스템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법적 다툼 이전에 각 지자체 노동 권익 담당부서 신고센터를 통해서라도 1차적 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행정지도를 통해 피해 노동자와 가해 입주민을 분리시켜 정상적 업무가 가능토록 지원하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한 세상,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세상이 이 나라가 추구하는 가치"라며 "단 한 사람이라도 인권침해 문제로 극단적 선택에 나서지 않도록 사전 조치와 예방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토론회에서 제안된 여러 의견들을 수렴, 이를 바탕으로 도내 시·군에 관련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내용 등이 담긴 조례 제정에 나설 예정이다.

 박 의원은 "도내 31개 시·군에 신고센터를 마련하고 노무사·변호사·주택관리사를 비롯해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 등이 참여하는 지원팀을 구성하는 내용 등이 담긴 조례 제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김영호 기자 ky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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