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도리섬엔 ‘발도장’만 찍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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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도리섬엔 ‘발도장’만 찍힌다
‘환경보호 대책’ 없는 여주시
  • 박종현 기자
  • 승인 2020.10.23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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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오후 2시께 여주시 도리섬 일대 드러난 강바닥 위로 오프로드 차량이 지나간 듯한 바퀴 자국이 남아 있다.
지난 21일 오후 2시께 여주시 도리섬 일대 드러난 강바닥 위로 오프로드 차량이 지나간 듯한 바퀴 자국이 남아 있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여주 ‘도리섬’이 최근 여주시의 무관심 속에 오프로드를 즐기기 위해 찾는 운전자 등에 의해 훼손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22일 여주시에 따르면 점동면 도리 남한강과 청미천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도리섬은 25만여㎡ 크기의 섬으로, 섬 일대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단양쑥부쟁이와 표범장지뱀, 삵,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등 여러 보호종들이 서식하고 있다.

시는 이 지역을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용역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정작 해당 지역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면서 도리섬의 환경이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8월 초부터 보름여간 지속된 장마로 인해 상류에서 떠내려온 토사가 도리섬 주변의 물길에 쌓이면서 걸어서 섬으로 진입할 수 있을 정도로 마른 땅이 100여m가량 드러났다. 이런 사이 수많은 사람들이 육지와 연결된 땅을 통해 섬 내부로 들어가는 일이 잇따르면서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21일 찾은 도리섬 일대는 강바닥이 드러나 있었고, 자갈밭과 모래 사이에는 수십 갈래의 차량 바퀴 자국이 선명했다. 바퀴 자국은 도리섬을 크게 두르듯 나 있었고, 일부는 도리섬 내 녹지까지 이어졌다.

오프로드 차량 외에도 평소에는 접근이 불가능한 도리섬 일대의 수석(水石)을 탐석하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로 인해 섬 곳곳이 훼손된 모습도 목격됐다.

여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도리섬의 경우 섬인 상태로 유지돼 그나마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돼 있었는데, 올해 긴 장마로 인해 토사가 내려와 물길이 바뀌며 차로가 만들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오프로드 차량이나 시민들이 무분별하게 찾아와 훼손이 이뤄지며 자칫 생태계가 파괴될까 우려되고 있어 시의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는 아직 도리섬이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방문객들의 출입을 제한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보호종인 야생생물의 멸종위기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은 몰랐지만, 알았더라도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상태에서만 차량 및 사람의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며 "다만, 현장을 확인한 뒤 서울지방국토관리청 및 수원국토관리사무소 등과 협의해 일부 구간의 물길을 회복시키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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