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轉禍爲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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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위복(轉禍爲福)
유창경 인하대학교 인천산학융합원장/항공우주공학과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10.26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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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경 인하대학교 인천산학융합원장
유창경 인하대학교 인천산학융합원장

50대 중반인 필자는 살아오면서 혹독한 시대적 어려움을 세 번 겪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올해 신종 코로나19 위기 등 개인적인 어려움은 차치하고 처음 두 번의 위기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강도 높은 금융권과 산업군의 국가적 구조조정을 거쳤다. 이후 우리나라는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어떤 면에서 위기 이전보다 더 큰 호황을 누렸다. 

앞선 두 번의 위기와 달리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사람들의 생활은 물론 사고 방식까지도 변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공신력 있는 대부분의 글로벌 리서치 기관들은 공통적으로 세계 경제가 이전의 성장 추세선으로 복귀하는데 짧게는 2년, 코로나19 재확산 여부에 따라 길게는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도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찾기 위한 국가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과연 시간이 흐른 뒤 코로나19 위기도 하나의 기회였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필자의 전문 분야인 항공산업으로 국한시켜 볼 때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국가적으로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이다. 성장일로에 있던 글로벌 항공산업은 2019년 대비 30% 수준으로 쇠퇴했다. 사실상 붕괴 수준이다. 항공산업은 어느 나라든지 국가 기간산업이기 때문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서 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결국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항공산업은 경제와 깊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어 회복하는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글로벌 항공산업 붕괴는 구조조정과 재편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게 될 것이며, 이미 그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객·화물 운송업의 경우 타국의 항공사가 파고들기 어려운 시장 구조로 자국 내 항공사들의 구조조정 위주로 진행될 것이다. 보잉과 에어버스로 양분되는 완제기 산업의 경우 그 규모를 고려할 때 신규 완제기 제조사가 출현할 가능성은 낮다. 항공부품 제조업의 경우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하고 국제 인증체계 미비로 시장을 점유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현재 국내외 여건으로 볼 때 ‘MRO(Maintenance, Repair, Overhaul)’라 불리는 항공정비산업이 글로벌 시장 진입이 가장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항공안전을 위해 국내에 반드시 육성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MRO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은 내수시장이 협소성 때문이다. 460여 대 정도의 국내 항공기에 대한 MRO 수요는 2조 원에 미치지 못하며, 그나마 절반은 해외로 빠져나가는 실정이다. 

MRO산업은 세계시장을 보고 뛰어 들어야 한다. 글로벌 MRO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900억 달러(120조 원)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일부 오류가 있을 수 있으나, 오는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만여 대 이상의 신규 항공기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측되며, 이 중 아태지역 수요가 절반을 넘는 1만2천 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단지, 몇 백대의 국내항공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수만 대의 글로벌 MRO 시장을 바라보고 산업육성에 접근해야 한다. 

짱짱했던 국제적 경쟁자들이 코로나19 위기로 몹시도 힘든 지금이 앞으로 20년을 바라보고 MRO 산업 육성을 새롭게 추진하기 위한 최적의 시기이다. 인천국제공항과 대규모 산업단지군을 품고 있는 인천은 글로벌 MRO 시장에서 경쟁하기에 가장 좋은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논의가 인천을 중심으로 시작돼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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