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순간 과감한 판단 초일류 기업 기틀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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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순간 과감한 판단 초일류 기업 기틀 다졌다
이 회장, 반도체 사업 진출 등 통념 깬 역발상으로 그룹 지휘
  • 박종현 기자
  • 승인 2020.10.26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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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사진은 CES 2012 참관하는 이건희 회장.  /연합뉴스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사진은 CES 2012 참관하는 이건희 회장.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위기의 순간마다 빠르고 과감한 판단과 장기적 안목으로 반도체 신화를 일궈내고 신경영도 이끌어내며 삼성의 초일류 기업 기틀을 다졌다.

이 회장은 결정적 순간에 통념을 깬 역발상으로 오늘날 삼성이 있게 한 원동력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1983년. 지식과 경험이 전혀 없던 삼성이 일본을 제치고 반도체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하나의 중요한 결정이 계기가 됐다.

1987년 4메가 D램 개발 경쟁이 붙었을 때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개발 방식을 스택(stack)으로 할지, 트렌치(trench) 방식으로 할지 결정해야 할 기로에 서 있었다.

당시 회의에서 전문경영인들이 처음 시도하는 기술인 스택 공법을 도입하는데 주저하자, 이 회장은 "단순하게 생각합시다. 지하로 파는 것보다 위로 쌓는 게 쉽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이 같은 역발상은 대성공으로 이어졌고, 당시 트렌치 방식을 택했던 경쟁업체는 스택 방식을 취한 삼성전자에 밀려나고 말았다.

이어 삼성은 1992년 세계 최초 64메가 D램 반도체 개발에 성공하면서 메모리 강국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 1위에 오른다.

또 1993년 불량세탁기 조립 사건으로 신경영을 선언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해 6월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이건희 회장 앞으로 삼성 사내방송팀이 제작한 30분짜리 비디오테이프 하나가 전달된다.

당시 비디오테이프에는 세탁기 생산라인 직원들이 세탁기 뚜껑 규격이 맞지 않자 칼로 뚜껑을 깎아내 본체에 붙이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뚜껑 부분을 다시 설계하고 생산해야 했지만, 직원들이 별 생각 없이 플라스틱을 깎고 불량품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뒤 이를 보고 충격을 받은 이 회장은 사장들과 임원 전부 프랑크푸르트로 집합시켰다.

그 자리에서 이 회장은 양이 아닌 질(質) 경영을 위해 "마누라와 자식 빼고 모두 바꿔라"는 말로 질책하며 ‘신경영’ 선언,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하게 된다.

이제까지 지속했던 양 위주 경영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질을 중심으로 양이 조화를 이루는 선순환 경영구조를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신경영 선언 이후에도 1994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는 제품 출시를 무리하게 서두르다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무선전화기 품질 사고 후 현재까지의 실천 경과와 향후 계획을 보고하고, 전 신문에 과거 불량 제품을 교환해주겠다는 광고를 게재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후 삼성은 시중에 판매된 무선전화 15만 대를 전량 회수해 삼성전자 구미공장 운동장에 쌓았고, 임직원 2천여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해머를 든 몇 명의 직원들이 전화기 더미를 내리쳐 산산조각을 낸 뒤 불구덩이에 넣은 것이다.

당시 잿더미로 변한 무선전화는 150억 원어치 분량이었다. 엄청난 충격요법이었던 이 사건은 ‘애니콜’과 ‘갤럭시’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휴대전화 신화의 밑거름이 된 일화로 꼽힌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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