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못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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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못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
  • 전승표 기자
  • 승인 2020.10.2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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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 2살이 된 딸아이는 이달 초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당초 우리 부부는 내년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자 계획했었다. 아이의 친가와 외가가 모두 인근에 위치해 있어 양가 할머니들께서 돌봐주실 수 있는 여건이 되는 만큼, 적어도 2년 동안은 가족들이 아이를 보살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있었다. 두 분의 할머니들이 요일을 정해 번갈아가면서 아이를 돌보고 있었지만, 활동량이 어마어마한 꼬맹이의 체력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신체적으로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상위권에 속하면서도 말이 느리다는 점이었다. 

 물론, ‘평생 말을 하며 살텐데 조금 늦는 것이 대수일까’라는 생각은 했지만, 말이 늦어지는 원인에 대해 고민을 해 보니 어쩌면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실제 주위의 다른 아이들을 보면 이미 어린이집을 다니는 등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는 아이의 경우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말을 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어른들이 하는 말은 다 알아들으면서도 정작 본인의 입으로 말을 하지 않는 딸은 굳이 말을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챙겨주는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할아버지 덕분에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된 것이 아닐까 하는 나름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 집 앞 어린이집에서 남은 자리가 있다는 안내를 받고 우리 가족은 즉각 회의에 돌입,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지난 한 달여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우리 가족은 이와 같은 의심이 사실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일을 잘 할 수 있을까 했던 우려는 등원 첫날부터 완벽히 적응하는 모습에 사라졌고, 어린이집에 간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도 눈에 띄게 말을 잘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우리 아이는 말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었다. 그러던 아이가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자신의 의사를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하지 못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필요성’과 ‘의지’이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일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진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다면 의지를 보여 그 일을 해내야 한다. 의지만 있다면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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