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기억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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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기억되는 시대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공학박사
  • 기호일보
  • 승인 2020.10.27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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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역사책을 볼 때마다 의아한 점이 있다. 왜 인재는 어떤 시대에 몰려 태어나는 걸까, 조선 건국기에는 이성계와 정도전, 그리고 이들과 대척점에 서 있었던 최영, 정몽주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역사극의 흥미를 더해줄 양으로 무더기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세종대에는 황희, 맹사성, 정인지, 장영실 등이 아름다운 한 시대를 이끌어 간다. 명종대로 가면 이황, 조식, 이이를 비롯해 조선 성리학의 거두들이 활동하는 시대가 온다. 

한 시대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역사에 기록될 만큼 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까다로운 조건들이 서로 맞물려야 가능할 것이다. 세종의 찬란한 업적 앞에는 시대를 준비한 선왕 태종의 노력이 있었다고 한다. 사대부의 나라 조선에서 강력한 왕권 기반을 구축한 태종이 없었다면 세종은 사대부들의 더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한글 창제뿐 아니라 더 많은 성과들이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세종 그 자신이 가진 성군으로서의 자질 또한 왕조국가에서 지극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아울러 새로운 나라에 이상국가를 건설하고자 했던 사대부들의 적극적인 참여 역시 시대의 성공에 한몫했을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성공적인 시대였다고 역사에 기억될 수 있을까? 식민지와 전쟁, 독재시대를 거쳐 어렵게 도착한 오늘이다. 이 시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역사에 중요한 변곡점으로서 우리와 다음 세대에게 멋진 시대라고 기억될 수 있을까? 식민지 시대와 전쟁을 겪으면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불쌍한 국가였다. 그러나 지금은 한류로 일컬어지는 문화를 세계인과 함께하고, 웬만한 선진국 부럽지 않은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시대의 문화와 풍요는 지속가능하게 다음 세대와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을까? 

우선 우리가 이룬 민주사회의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 우리는 광장에서 거대한 소통을 통해 대통령과 정권을 바꾸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국가 권력과 관련된 거대 담론에서 우리 생활 깊은 곳에서 민주적인 절차와 결과를 도출하는 생활 속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생활 속 민주주의는 우리 삶 속 각 부문별, 위계별로 응축되고 견고해지고 있는 수많은 벽을 부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결국에는 대한민국 5천만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집단지성을 자유롭게 형성하고 공유하는 시대로 갈 것이다. 민주화를 통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형성된 집단지성은 일부 엘리트들의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판단을 넘어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의 지성국가로 인도할 것이다.

다음은 리더십 구축이다. 리더십은 크고 작은 리더십이 있겠지만 우리 구성원 모두가 자신이 위치한 자리에서, 그 자리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렇다면 리더는 무엇일까? 리더는 스스로 위대해지기보다는 구성원 모두를 위대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리더 자신만 더 잘나고 멋져 보이려고 한다면 그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이기적인 자기개발일 뿐이다. 조직을 이끄는 많은 리더들이 구성원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몰두하지 않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는데 조직을 이용하는 모습을 간혹 본다. 이것은 자신의 발전이 조직의 발전이라고 억지로 끼워 맞추는 이기심의 발로일 뿐이다. 

한 시대가 역사에 기록될 만큼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찌 이 정도만큼으로 되겠는가? 더 많은 조건들이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가능하리라 믿는다. 부화기 안에 있는 계란이 병아리가 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계란이 먼저 준비돼야겠지만, 적정한 온도와 습도 등 환경이 잘 갖춰져야 한다. 그러면 어느 날 일제히 깨어나 어여쁜 병아리들이 되는 것이다. 계란이 불량하거나 온도가 일정하지 못했거나 기타 여러 환경이 나쁘면 몇 마리 태어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우리 세대, 다음 세대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도 병아리가 일제히 알에서 깨쳐 나오듯 인재들이 나오기 위해서는 사회의 모든 환경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시대가 문화와 풍요가 함께한 살맛 나는 시대였다고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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