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사고, 제도적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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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사고, 제도적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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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10.27
  •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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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두 건의 안타까운 사고가 택배업 종사자에게서 일어났다. 모 택배업체 간선차 운전기사 강모(39)씨가 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후송됐는데, 다음 날 사망했다. 과로사로 추정된다고 한다. 같은 날 새벽에는 김모(50대)씨가 모 택배업체 부산지점 터미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제적 어려움과 부당한 처우를 토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올해에만 목숨을 잃은 택배업 종사자만 13명에 이른다. 이와 관련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비대면 사회로 가면서 택배 물량이 늘고 택배 서비스에 의존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라며 "변화의 이면에 택배 노동자들이 과로로 돌아가시는 상황에 대해 죄송하다"고 23일 국토교통부 종합감사에서 말했다. 맞는 말이지만 그렇게 인과관계 없이 상관관계만 얘기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택배기사 사고는 ⅔가 도로상에서 발생한다. 신호위반, 과적, 과속운전, 졸음운전, 전방주시 태만이 주 원인이다. 근무시간도 일반 정규직 노동자와는 비교가 안 된다. 평균적으로 주 6일간 70시간 이상을 일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량물 운반에 따른 신체적 부담으로 허리디스크, 근골격계 질환 같은 다양한 직업병에 노출돼 있다. 상하차 작업, 승강기 없는 아파트의 계단 이동 등 배송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심지어 감정노동자로서 고통까지 겪어야 한다. 교양 없는 택배업체 관리자와 고객들로부터 폭언·욕설은 물론 폭행 및 갑질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해결하려면 구조와 제도를 뜯어 고쳐야 한다. 택배기사와 택배업체 사이에는 대리점이 있다. 대다수 택배기사는 이들 대리점과 용역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 신분인지라, 구조적으로 ‘운송료를 협상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보호도 받지 못하는 근로환경’에 처해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김모 씨의 사연처럼 배송품에 하자가 발생했을 때도 사고에 대한 배상을 홀로 뒤집어쓰는 경우가 다반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택배기사들이 할 수 있는 건 ‘근무시간을 늘려서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하는 것’밖에 없다. 결국 처우와 신분이 제도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택배기사들은 오늘도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위험한 곡예를 펼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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