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X-월드
81분 / 다큐멘터리 / 전체관람가

영화 ‘웰컴 투 X-월드’는 남편 없이 12년째 시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엄마 ‘미경’과 그런 엄마를 보며 결혼을 혐오하게 된 딸 ‘태의’의 이야기다. 어느 날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별거 통보에 집을 구하러 다니면서 모녀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결혼 전 패션디자이너를 꿈꾸던 엄마 미경은 때때로 성화를 내는 시아버지로 인해 눈물을 흘리면서도 매일 아침밥을 차리며 살뜰하게 챙긴다. 시월드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던 태의는 예상치 못한 독립의 여정에서 엄마와 자신의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게 된다. 딸의 카메라 앞에 선 미경은 지금까지 가슴속에 묻어 뒀던 이야기를 하나둘 꺼내고, 딸은 자연스레 엄마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시작된 한 가족의 연대기를 넘어 모든 여성들의 세계를 담아냈다. 경력단절, 독박육아, 시월드, ‘맘충’이라는 비하까지 결혼에서 파생되는 여성의 삶은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이다. 딸 같은 며느리, 지고지순한 아내, 친구 같은 엄마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수행해 온 엄마를 안타까워하면서도 나중에는 엄마의 삶을 그대로 존중하게 되는 딸의 변화 과정은 이러한 사회구조의 바탕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엄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 엄마의 삶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함을 깨달은 순간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끈끈한 연대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조금은 더 단호하게 이 모든 과정을 거부하는 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무엇이 엄마가 이 집을 스스로 떠나지 못하게 만든 걸까. 순탄치 않았던 결혼생활에도 불구하고 딸인 나에게 왜 결혼을 강요하는 걸까"라는 제작 의도로 시작한 이 영화는 모든 엄마와 딸, 나아가 자립을 모색하는 여성들의 삶을 포근한 시선으로 감싸 안는다. 꾸밈 없는 솔직담백한 이야기와 마치 우리집 이야기처럼 정감 가는 모녀의 연대를 담은 ‘웰컴 투 X-월드’는 관계 속에서 고민하고 있는 이들을 다독여 줄 것이다. 개봉일은 29일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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