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옥 인천시 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학교폭력 전문상담사
안홍옥 인천시 북부교육지원청 중등교육과 학교폭력 전문상담사

우리가 인간관계에서 원만한 처세를 하는 사람을 보면 철이 들었다고 한다. 그 ‘철’의 사전적 뜻은 사물의 이치를 분별할 줄 아는 힘이나 능력이다. 그 철이 드는 것은 대부분 어른이 되면서 완성돼 가지만 나이 들었다고 다 철이 드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어려도 어른스럽게 철이 든 사람이 있고 나이는 어른이지만 철이 없는 사람도 많다. 

 필자가 생각하는 철이 든다는 것의 가장 첫째 요소는 ‘함부로 화를 내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남에게 화를 내는 것을 완전히 근절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탁구장에서 어떤 분하고 약간의 언짢은 대화 한마디 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분한테 다음 날 사과를 하고 화해했지만 지금도 다시 한 번 더 사과를 하고 싶은 마음이고 생각할수록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 이후로 가정에서나 사회생활 속에서나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있어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생활원칙이 됐고 무엇보다 가정에서부터 완벽하게 실천해 오고 있다. 그 원칙은 죽을 때까지 지켜야 할 첫째 생활수칙으로 정했다. 두 번째는 절제와 온유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어려운 일이지만 공자께서 70세를 종심(從心)이라 하여 ‘나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해도 도리에 어긋남이 없었다’고 했는데 나는 그보다 약 10년 정도 앞서서 실천해 보겠다고 생각해 왔다. 

 물론 나도 50대까지는  돈, 명예, 사랑 등을 추구하면서 좌충우돌, 천방지축, 기고만장, 어리석음으로 점철된 철없던 시절로 수많은 시행착오와 상처 끝에 얻어진 깨달음이었지만…. 셋째는 받으려는 마음보다 주고자하는 마음이다. 어른이라고 대접받고자 하는 마음이야말로 사회와 불화하는 첫째 요소다. 돈, 사랑, 칭찬, 격려를 받고자 함보다 주고자 하는 마음이 더 많아야 한다. 넷째는 어설픈 정의를 주장하기보다 자비와 친절로 대함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정의롭지 않다고 상대와 거친 논쟁을 하거나 따져 이기려하기보다 내가 먼저 포용하고 오히려 더 친절하게 대할 수 있는 아량과 여유가 있어야 진정으로 철이 든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다섯째는 죽음에 대한 생각과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마음의 준비이다. 나도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어떻게 죽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가 떠오른다. 

 나는 매년 초에 한 번씩 유언장을 미리 써본다. 세상이 하도 변화가 심하니 해마다 조금은 수정해야 할 것이 있다. 만약 건강이 나빠졌을 때 연명치료 같은 것은 절대 하지 말고 내가 죽으면 내가 평소 입던 옷을 입혀 가장 싼 나무나 종이 관에 넣어 화장 후 나의 어머니 묘에 뿌리라고 했다. 어머니한테서 나왔으니 어머니한테 돌아가는 것이다. 장례식도 하루장으로 간단히 하되 가까운 가족에게만 알리고 기일에는 제사 없이 두 딸이 모여 내가 즐겨 불렀고 즐겨 들었던 음악을 들으며 그동안 추억이 담긴 사진들을 보고 함께 행복했던 시절을 회고하라고 했다. 

 따라서 두 딸에게 남길 유산은 사진과 음악을 담은 USB 한 개만 남길 것이다. 내가 살던 집도 사전에 모두 정리하고 어떤 유품도 남기지 않을 것이다. 여섯째는 나이가 들면 혼자서도 고물고물 잘 살 수 있어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부가 됐다, 철이 들었다는 것은 독존의식(獨存意識)이 있느냐는 것이다. 인간은 언젠가는 혼자가 될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혼자가 됐을 때 자식이나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나는 혈기와 패기 넘쳤던 젊은 시절보다 어느 정도 철들어 사는 지금이 더 좋다.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 걸’이란 노랫말처럼 온 세상에 넘치는 감사를 볼 수 있고 느낄 줄 아는 지금이 더 좋다. 앞으로도 정신적 성숙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지금보다 더 나이 들수록 나의 삶은 한층 더 충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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