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걸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남동걸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필자는 과거 인천공항에 근무했던 아내를 따라 영종도에서 약 3년 정도 거주한 적이 있다. 올해 스물이 된 큰아들이 4살 때의 일이니 벌써 15∼16년 전의 일이다. 처음 영종도로 이사했을 당시만 해도 영종대교가 개통돼 있긴 했지만, 전철이 운행되는 지금과는 달리 접근성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게다가 신도시라는 명칭에 걸맞지 않게 생활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인프라도 상당히 빈약한 곳이었다.

이런 연유로 필자의 기억 속 영종도는 여러 가지 불편한 곳이라는 인식 정도였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이자 인천공항이 있는 곳, 과거에는 해상교통과 관방의 중요 거점인 경원정(慶源亭)과 영종진(永宗鎭)이 있었던 곳, 바로 영종도이다. 이러한 곳이기에 영종도는 삼국시대 이래로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의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해온 곳이다. 

일반적으로 영종도의 옛 이름은 자연도(紫燕島)라고 알려져 있다. 송나라 문인 서긍(徐兢)이 고려에 사신으로 와서 머물다 귀국하여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따르면, 자연도는 제비가 많아 불렸던 이름이라고 기록돼 있다. 바로 이 자연도라는 명칭이 조선 중기까지 영종도를 지칭하는 명칭이었다가 숙종 때부터 바뀌었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A에서 B로 지명이 바뀌었다는 것은 두 곳이 동일한 위치일 때 성립된다. 그러므로 위의 설이 맞다면 자연도와 영종도는 동일한 곳임을 전제할 때 가능해진다. 

그러나 조선 후기에 제작된 지도나 지지를 보면 영종도와 자연도는 별개의 섬이었던 듯하다. 이는 조선 후기 지도 중 비교적 실측지도에 가까운 ‘해동지도’나 ‘동여도’ 등에는 백운산이 있는 큰 섬 자연도 옆에 태평암과 영종진이 표기된 조그마한 섬을 영종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있다. 이로 본다면 영종도는 자연도와는 별개로 존재했던 섬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영종도의 옛 명칭이 자연도라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종도와 자연도는 어느 시기에 서로 연결이 돼 하나의 섬이 된 듯하다. 조선 후기 지도인 ‘해서경기해로도’에 따르면 이들 두 섬을 포함해 인접한 용유도, 삼목도, 신불도 등을 별도의 색으로 표시해 ‘조퇴성륙(潮退成陸)’이라는 글로 묶고 있다. ‘조퇴성륙’이란 "바닷물이 물러나면 때가 되면 육지가 된다"는 의미이기에 자연도와 영종도는 썰물 때면 걸어서 왕래가 가능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지도에 따라서는 두 섬이 제방 형태로 연결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자연도는 영종도와 합쳐지면서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은 부속 섬과도 같은 작은 섬의 명칭이 본섬의 명칭을 대체할 수 있냐는 점이다. 그러나 이 의문은 영종도에 관방에 필요한 시설인 영종진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풀릴 수 있다. 

자연도와의 명칭 경쟁에서 승리한 영종도는 최근 또 한 번의 위기에 봉착한 적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영종도에 인천공항이 건설되기 위한 매립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조퇴성륙의 섬인 영종도, 용유도, 삼목도, 신불도 등이 인천공항을 건설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결이 된 것이다. 이때 영종도는 이들 섬들과 명칭대결을 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도 최종 승자는 영종도였다. 자그마한 섬이었던 영종도가 두 번에 걸친 명칭 다툼에서 살아남아 현재 대한민국에서 6번째로 큰 섬이 된 것이다. 

지난 주말 필자는 가족들과 영종도에 갔었다. 공항 이용 이외의 목적으로 영종도를 간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예전 살던 공항신도시를 거쳐 용유도의 왕산, 을왕리해수욕장 등지를 다니면서 엄청난 변화의 모습을 체감했다. 마트, 음식점, 약국, 병원 등 생활 인프라 구축은 물론 필자가 살 당시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신도시의 규모와 예단포의 미단시티, 인천공항 제2청사 등 불과 십여 년 만에 변화된 모습이 실로 놀라웠다. 

게다가 최근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인천도시공사 등이 제3연륙교 건설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에 이어 제3연륙교가 건립된다면 영종도의 발전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 생각된다. 작은 섬임에도 끝까지 그 이름을 잃지 않고 유지해온 영종도, 명실상부한 국제도시로 그 이름을 더욱 굳건히 할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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