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조안면 주민들이 상수원관리규칙과 모법인 ‘수도법’을 대상으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사진>

이들은 27일 오전 헌법재판소에서 상수원관리규칙에서 규제하는 건축물의 설치, 영업허가 제한 등의 규정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직업 선택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하고 있는 사실을 청구 이유로 밝혔다.

주민 60여 명은 ‘수도권 먹는 물은 조안면의 피눈물’, ‘사람답게 살고 싶다! 남양주시 조안면 기본권 보장’, ‘주민을 전과자로 만드는 수도법’ 등의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불합리한 상수원정책에 대해 울분을 토해냈다. 이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헌법에 보장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되찾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주민들은 하수처리기술 발달로 수질 안전성이 충분히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1975년에 머물러 있는 상수원 규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헌재에서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정당한 판결을 내려 줄 것을 요청했다.

조안면 주민들의 헌법소원은 예견돼 왔다. 규제로 인해 주민들이 딸기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가공 판매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고, 미용실이나 약국 등 기본적인 시설도 규제로 입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수원보호구역 지정이 수질에 대한 영향이나 과학적 고려 없이 1975년 개발제한구역을 따라 무원칙으로 진행된 데 있다는 주장이다. 당시 남양주·광주·양평·하남 등 158.8㎢가 팔당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됐으며, 이 중 26%에 달하는 42.4㎢가 조안면에 분포해 있는 상태다.

주민들은 북한강을 사이에 두고 상가와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양평군 양수리와 비교하며 기준이나 원칙도 없는 규제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2016년은 주민들에게 재앙의 해로 기억된다. 생계를 위해 꾸려 가던 조안면 음식점 84개소가 검찰 단속으로 문을 닫았고, 이로 인해 상수원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주민 4명 중 1명꼴인 870명이 전과자로 전락했다. 이듬해 단속과 벌금을 견디지 못한 26세 청년의 극단적 선택이 조안면의 열악한 상황을 보여 주는 단편적인 예다.

한 주민은 "40년이 넘는 세월을 참고 견뎌 왔다. 먹는 물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물을 오염시키려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최소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고, 답답한 규제에서 조금이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여건만이라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소수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상수원 규제도 과학적·기술적 발전을 감안한 합리적 규제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한편, 남양주시는 규제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의 요청을 검토한 결과 상수원보호구역 규제로 인해 지방자치권과 시의 재산권 행사에도 침해가 있다고 판단, 지역주민들과 함께 이번 청구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주=조한재 기자 c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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