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댄서 
타네히시 코츠 / 다산책방 / 1만7천 원

부유한 농장 주인인 백인 아버지와 흑인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하이람 워커’. 하이람은 커 가면서 배다른 백인 형과 자신의 바꿀 수 없는 계급 차이를 깨닫는다. 형은 주색잡기와 도박을 일삼지만 저택의 후계자로 대접을 받고, 하이람은 비상한 기억력에도 불구하고 도둑 공부를 해야 하는 시종 신분이다. 계급 차이 속에서 명석한 두뇌로 저택의 주인이 되고자 했던 꿈도 버린 지 오래다.

 어느 날 형과 하이람이 탄 마차가 강으로 추락하고, 하이람은 기억에 없었던 어머니의 환영을 보면서 스스로도 몰랐던 초능력으로 순간 이동해 홀로 살아남는다. 고통스럽지만 자신을 한 단계 성장시킬 본질적인 기억을 떠올리면 사물이나 사람을 순간 이동시킬 수 있는 비상한 초능력을 깨닫게 된 것이다. 죽음의 고비에서 벗어난 뒤 다시는 전처럼 살 수 없었던 하이람은 사랑하는 여자 소피아와의 도주를 계획하지만 조력자에게 배신당해 노예상에게 팔려 가고 만다. 

 하이람을 산 자들은 다름 아닌 노예 해방 비밀조직 ‘언더그라운드’였다. 언더그라운드는 하이람의 초능력을 이용해 노예들을 북부의 자유로운 땅으로 인도할 계획을 세운다. 자유의 진정한 의미와 누구도 타인의 고유한 존엄성을 해칠 수 없다는 진실을 깨닫고 온전한 어른으로 거듭난 하이람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소피아와 고향에 남은 단 하나의 친구이자 가족인 테나를 구출하려 한다.

 책 「워터 댄서」는 19세기 미국 남부의 버지니아주와 북부의 필라델피아주를 배경으로 한다. 인종, 빈부, 성별 등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이 줄 세워지던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스스로 속박의 사슬을 부수고 나왔는지 상상하고 써 내려간 소설이다.

 저자 타네히시 코츠는 2015년 흑인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린 논픽션 「세상과 나 사이」로 미국 출판계를 뒤흔든 전적이 있다. 「세상과 나 사이」는 그해 가장 많은 매체의 올해의 책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 뿐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토니 모리슨이 강력 추천했고,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워터 댄서」 역시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타임스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를 석권했고, ‘타임’을 비롯한 13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 또한 오프라 윈프리 북클럽에 선정되며 "내 평생 읽은 최고의 책이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백수가 과로사한다
김사연 / 미소 / 1만5천 원

 수필가 김사연 약사가 인천문화재단 2020 원로문인 예술지원기금을 받아 일곱 번째 수필집 「백수가 과로사한다」를 발간했다.

 1991년 11월호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김 수필가는 인천남동구약사회장, 인천시약사회장, 인천시궁도협회장을 역임한 후 현재 한국문인협회 인천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인천시약사회장을 맡으면서 30여 년간 운영해 온 약국을 폐업했다. 약국에 신경을 쓰다 보면 아무래도 회원들에게 소홀해지고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는 폐업을 하며 무료하고 무기력한 백수가 되는 것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과로사가 우려될 정도로 더 바쁜 나날을 보냈다고 돌아본다.

 이 책은 총 8부로 구성됐으며 건강, 가족, 사회, 전쟁, 문학, 궁도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기호일보와 인천일보, 인천문인협회 발간 책자, 문학동아리 등에 기고한 작품 80여 편을 실었다. 

 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이근후 / 가디언 / 1만3천 원

 갈수록 심해지는 취업난과 더욱 빨라지는 사회의 주기 등으로 청년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 올해 들어 코로나19라는 변수는 여기에 가속도를 더하며 청년들을 위기로 내몰았다.

 이 책의 저자인 이근후 정신과 전문의는 이러한 청년들에게 ‘괜찮아’라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정신과 의사로서 평생을 살았고, 지금은 90세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그가 봐도 지금의 현실은 너무나 암울하고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젊은 세대에게 성공과 극복의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기보다는 위기를 잘 견디고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위로와 응원을 건네야 한다고 말한다. 

 ‘엄마 말 안 들어야 성공한다’, ‘돌다리는 두들기지 말자’. 이 책은 우리가 알던 인생의 정답에 대해 그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과감하게 말한다. 또한 90년 가까이 살아본 저자 본인도 서툴렀기에 서투르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서툴지만 ‘내 인생’을 사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책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서툴지만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싶은 이에게, 인생의 위기에서 질책보다는 응원이 듣고 싶은 이에게 따뜻한 위로가 돼 줄 것이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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