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의 계절이 돌아왔다. 굳이 산에 가지 않아도 거리 곳곳에 심겨진 나무를 보며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많은 가로수 중 은행나무가 각광을 받았다. 여름에는 녹색 잎을 뽐내며 사람들에게 싱그러움을 안겨준다. 가을이면 노랑 잎으로 변해 쌀쌀해진 날씨에도 마음만은 따뜻하게 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나무는 잘 자란다. 생명력이 강하다. 추위나 더위도 잘 견딘다. 날씨에 영향도 덜 받는다. 공해에도 강하고 병충해 피해도 적다. 대기오염 정화기능까지 뛰어나다.

이 같은 이유로 은행나무는 가로수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요즘 은행나무는 골칫거리다. 가을철마다 은행나무 열매로 인해 악취 민원이 반복되고 있고, 미끄럼 사고 등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결국 보다 못한 일부 지자체가 벌목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문제 해결은 고사하고 오히려 찬반 논란을 가중시켜 더 시끄럽게 만들었다. 인천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지역보다 열매를 맺는 은행나무 암나무 비율이 높은 미추홀구 용현동 인하대 후문 일대의 은행나무를 벌목하려다 중단했다.

인천시가 지난해 접수된 은행나무 열매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총 190건의 민원 중 악취가 112건(59%), 보행불편이 69건(36%), 미관저해 등이 9건(5%)으로 집계됐다.

생각해 보면 벌목은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일 거다. 편리성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베어버리고 나면 은행나무 관련 민원은 대폭 줄어들 것이 뻔하다. 또 은행나무를 매년 관리하는 것보다 벌목한 뒤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도 있다.

그럼에도 올해는 은행나무가 목숨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에는 모를 일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결국에 가서는 은행나무를 베어버릴 수도 있겠죠. 저도 은행나무 때문에 불편해요. 하지만 은행나무가 불편하다고 해서 없애버리는 것이 맞는 일일까요? 앞으로 모든 불편한 문제는 다 없애는 방식으로 해결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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