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영면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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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영면과 과제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10.29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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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최근 국내 경제계의 가장 큰 이슈는 지난 10월 25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78세의 일기로 운명을 달리한 일이다. 20년 전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의 영면에 이어 이건희 회장이 수년간 병실에 있다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 것이다.

이 두 분은 현재와 같은 한국 경제성장의 큰 축을 담당하던 거목들이다. 우선 공과를 따지기보다는 그의 영면이 우리 경제에 주는 시사점을 찾아보는 것이 큰 의미가 있다. 

재벌의 주인 즉 오너(owner)는 전문경영인과는 투자 행태가 다르다. 전문경영인은 잘못 판단해서 회사에 손실을 입게 되면 문책을 당하게 되지만 오너는 본인의 결정에 대해 손실을 입어도 자신의 재산이기 때문에 자신이 감수할 수 있다. 따라서 위험이 크더라도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이 되면 과감한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중화학공업이나 반도체나 휴대전화 개발과 같이 회사의 운명을 달리할 정도로 큰 투자 결정은 경영전문인보다는 재벌 오너에 의해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재벌에 의해 견인돼 왔다. 박정희 정부는 수차에 걸친 러시아의 스탈린식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하면서 국영기업보다는 재벌을 키워 이를 담당하도록 한다.

상대적으로 비슷한 경제규모의 타이완은 국영 형태의 중화학공업을 세웠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오히려 민간영역으로 내버려 뒀던 중소기업이 성장한 것을 보면 우리의 방식이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 된 것이다.

결국 한국 경제개발의 성공은 내부적으로 정부의 경제개발 계획과 재벌그룹 오너의 리더십이 주효했고 외부적으로는 미국의 첨단산업 추진에 의해 미국 제조부분의 아시아 동맹국으로 이양과 월남전 특수로 인한 충분한 외화 유입이 결정적이었다.   

이제 재벌 삼성은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2019년 매출 약 230조 원 그리고 국내외 임직원 약 40만 명의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여기에는 삼성 고 이건희 회장 같은 재벌 오너들의 불굴의 투지와 혁신으로 이 같은 성공이 가능했다. 공급주도 생산 방식이 통했던 것이다. 밤낮없이 일해 원가를 내리고 제품을 더 잘 만들어 제품경쟁력을 높인 덕분에 세계 일류의 기업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그러한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수요자 중심 사회의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이고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첨단 정보화 시대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삼성의 리더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생각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는 창의적 리더가 이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건희 회장의 영면과 관련해 벌어졌던 상황은 두 가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승계된 이재용 현 삼성그룹 회장이 과연 현시대 초일류의 재벌 그룹 삼성을 이끌 수 있는 인물인가 하는 것이고 둘째는 상속세 등 기업 승계에 따른 법적인 문제들이 과연 현시대에 적절한 것이냐는 것이다. 

전자 문제는 그동안 나름 검증됐다고 하지만 아직은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후자는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닌 국내기업 전체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반드시 해결돼야 할 사안이다.

사실 그의 죽음은 병원에서 오랫동안 지연됐다. 기업 승계가 이뤄지고 원만한 상속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0조 원이라는 과도한 상속세가 결국 남기는 했으나 자칫 잘못하면 삼성의 경영권 방어 자체가 어려울 수 있었다. 따라서 삼성은 고육지책으로 법적인 조치가 완비될 때까지 그의 생명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쉽게 말해 죽지 못해 살아 있었던 것이다.  

기업의 생명은 대부분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세계적 규모의 기업들의 평균 수명이 13년에 불과하고 이들 기업의 80%가 창업 30년 만에 사라진다고 한다. 항상 사람들이 바뀌고 주변 상황이 바뀌기 때문이다.

오너의 끊임없는 기업 혁신노력과 위기관리능력 그리고 세상 흐름을 볼 줄 아는 혜안이 같이 있어야 기업은 영속할 수 있다. 한때 초일류 기업이었던 일본의 소니나 미국의 IBM 혹은 코닥 같은 굴지의 회사들이 첨단 정보화 시대에 거의 맥을 못 추고 있는 것도 시대 흐름을 읽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고 이건희 회장과 같은 인물을 갖게 된 것은 우리에게는 큰 행운이었고, 또한 그는 한 시대의 큰 영웅이었다. 

이제 새 시대를 맞이하는 삼성그룹은 앞으로 어떤 운명을 갖고 움직일 것인가. 우리가 이렇게 관심을 갖는 것은 그의 죽음이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를 포함한 국가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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