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에도 없는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감사제도를 적용해 갑질 감사 논란<본보 10월 7일자 8면 보도>을 일으킨 안산시가 이번에는 안산도시공사 사장을 산하기관장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막아 파문을 증폭시키고 있다.

28일 안산도시공사에 따르면 시는 지난달 8일부터 산하기관장 정책회의에 느닷없이 안산도시공사 사장이 아닌 건설사업본부장을 지목해서 참석토록 통보, 이후 두 달이 다 되도록 양근서 사장이 산하기관장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이 회의는 윤화섭 시장 취임 직후부터 2주마다 개최하고 있으며, 공문으로 사장 참석을 막기 전인 8월 25일까지만 해도 도시공사에서는 양 사장이 매번 참석해 왔었다.

윤 시장이 주재하는 이 회의는 도시공사 사장, 문화재단 대표, 환경재단 대표 등 시 산하기관장 10여 명이 참석해 윤 시장의 정책공약 추진 방안을 비롯해 각 기관별 주요 업무 및 현안사항을 보고하고 토론하는 소통 및 협력의 장으로 활용돼 왔었다.

최근 안산도시공사는 산하기관장 회의 명칭에 부합하게 주요 시 현안에 대한 보고 및 협의를 공사를 대표하는 사장이 직접 참석해 진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시에 협조공문을 발송했으나 시는 아무런 공식 답변이나 회신도 없이 본부장이 참석할 것을 통보하고 있다.

안산도시공사는 시의 이 같은 행태가 ‘공무원 5대 갑질’에 해당돼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지난 27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정부는 공공분야 갑질행위를 시급히 청산해야 할 대표적인 적폐로 규정, 2018년 12월부터 대통령령인 공무원행동강령에 공무원 갑질행위의 개념과 유형을 구체화해 시행하고 있다. 신설된 공무원행동강령 제13조의 3(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행위의 금지)은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권한을 행사하거나 지위·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여 산하기관의 권리·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의무가 없는 일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안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안산시가 공사에 대해 특정감사를 벌이며 운용규정도 없는 플리바게닝을 운운한 것도 모자라 기관장 회의에 사장 참석을 막는 것은 부당한 사퇴 압박과 모욕을 동시에 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상급기관의 하급기관에 대한 법과 상식을 넘는 과도한 갑질행위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적폐"라고 말했다.

안산=박성철 기자 ps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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