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옛 미군 유류저장소로 사용되던 캠프 시어즈 부지 정화 작업 당시 국방부에서 설치한 기름 방출 장치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오염물질. 오른쪽은 이곳 나리벡시티 개발 부지에서 발견된 기름 얼룩.
의정부시 옛 미군 유류저장소로 사용되던 캠프 시어즈 부지 정화 작업 당시 국방부에서 설치한 기름 방출 장치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오염물질. 오른쪽은 이곳 나리벡시티 개발 부지에서 발견된 기름 얼룩.

의정부시의 반환공여지 개발사업 도중 토양오염이 발견된 가운데 국방부가 오염된 곳은 토양이 아닌 암반이라며 책임을 회피해 논란을 빚고 있다.

28일 의정부시와 나리벡시티개발㈜(나리벡)에 따르면 옛 미군 유류저장소로 사용되던 캠프 시어즈 부지(금오동 산 30-3) 7만5천238㎡에 ‘나리벡시티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민간자본 총 3천136억 원을 들여 2022년 12월까지 미래직업체험관과 호텔로 구성된 테마파크와 공동주택(670가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방부는 2011∼2014년과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2차례에 걸쳐 해당 부지에 대한 토양 정화 작업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굴착공사 중 토양오염 우려기준(석유계총탄화수소·TPH, 500㎎/㎏)을 초과하는 토양이 발견돼 3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현재 굴착공사가 40%가량 진행된 시점에 부지 곳곳에서 갈색 기름 얼룩이 확인됐고 냄새마저 풍기고 있다. 또 정화 작업 당시 국방부에서 설치한 기름 방출 장치에서도 오염물질이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나리벡 자체 조사 결과, TPH가 500㎎/㎏을 초과하는 곳은 92곳이며 면적은 2만4천666㎡로 추정된다. 특히 TPH가 가장 높은 곳은 기준치의 10배 이상인 5천417㎎/㎏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국방부 측은 해당 오염토양이 토양환경보전법상 정화 대상이 아닌 ‘암반’으로, 2018년 환경부 질의를 통해 공식 확인한 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를 통해 해당 질의 회신 내용을 확인한 결과, ‘오염된 암석은 토양정화 대상은 아니지만 주변 토양에 대한 오염원으로 작용하거나 인체·환경에 위해를 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이를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명시돼 있다.

시는 이를 토대로 국방부에 정화 명령을 내렸지만 ‘매수자는 매매 후 토양 외 오염에 대해서는 매도자에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계약 내용을 근거로 거절했다. 시와 나리벡은 전문기관에 의뢰해 정밀조사 중으로 결과는 다음 달께 나올 예정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정화 책임 주체를 다룰 방침이다.

나리벡 관계자는 "오염된 암반은 발로 차면 부서질 정도이며, 현장 내 남아 있는 오염 정화 장치도 정화 작업을 제대로 했다면 있을 필요가 없는 시설"이라며 "굴착공사 중 이 정도 수준의 오염이 발견됐다면 오염 수준을 인지한 채 매각한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기존 시설 존치는 암반의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위한 것으로 나리벡 측과 사전 협의된 사항"이라며 "암반을 토양으로 정화하려면 2㎜ 이하로 부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나리벡은 이 같은 사실들을 알고 매입한 것으로 해당 암반은 폐기물 처리하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의정부=신기호 기자 skh@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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