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성사 연구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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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여성사 연구의 과제
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 기호일보
  • 승인 2020.10.30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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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인천 여성사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인천 여성 자료의 집적은 물론, 그동안 세계 각국의 여성사나 한국 여성사에서 축적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비교·검토하고 궁극적으로는 인천만의 특성이 담긴 여성사를 정리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출발선에서 반드시 짚어 봐야 할 몇 가지가 개념적인 문제가 있다. 

먼저, 여성사 연구의 주안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여성사 연구의 경향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고 있는데, 역사 연구의 대상이 여성이라는 점에 주목한 포괄적 의미의 여성사(women‘s history), 여성의 억압과 소외를 밝히는데 초점을 두고 여성 해방을 위한 역사로서 다분히 정치적인 함의를 지니는 여성주의적 역사(feminism history), 그리고 성(姓)에 따른 역할 구분의 작동 방식과 그 변화를 다루는 성별사(gender history)이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연구 경향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중첩적이면서 상호 보완적이라 할 수 있어 인천 여성사는 어느 한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울러 그간 여성사 연구의 실제적 구현 방법도 대체적으로는 세 가지 단계로 진행돼 왔다. 첫째, 여성 명사(名士)들의 역사를 수집해 여성 명사록, 전기류 등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개인 자료를 남길 수 있는 일부 제한된 범위의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한 기존 역사 서술 방법을 답습하는 것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여성이 무능력하다는 가설에 맞서 여성들의 활약사를 선정한 것이므로 기존의 역사 서술을 보충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둘째, 역사 발전에 기여한 여성의 활동을 드러내는 것으로 노예폐지운동, 노동운동 등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있었음을 강조하는 공헌사적 방식이다. 여성을 사회 투쟁과 정치적 성취의 이야기를 통해 드러냄으로써 여성 해방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에 대해 여성의 삶 자체보다는 운동 자체에 미친 효과에 치중하고 역사 속에서 여성이 행한 본질적이고 긍정적 기능을 밝히는 데로 진전되지 못했으며, 제한된 자료로 기존 남성중심적 기준에 의해서 평가된 여성의 활동에 집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셋째, 여성중심적인 시각에서 역사에 대해 새롭게 해석하는 것으로, 여성 주체적 관점에서 여성이 삶을 살아가는 과정을 탐구해 임신, 출산, 성애, 자녀양육, 가족, 공동체 안에서의 유대관계 등 사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 속에서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이다. 여성참정권 운동이나 산아제한운동 등 역사적으로는 별로 평가되지 못했으나 여성들에게는 중요한 사건을 찾아 그 의미를 구명(究明)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근래 역사학에 반영된 미시사적 관점의 확대는 여성사 연구의 범주를 확장시켜 다양한 방법론이 모색됐다. 선행 연구에서 시도된 여성 명사의 전기(傳記)나 여성 노동운동과 사회투쟁사적 시각은 이제 여성의 전 생애에 걸쳐 진행된 모든 소소한 일상들이 대상이 되고 이것을 온전히 여성중심적 입장에서 재해석하는 단계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인천 여성사에서의 연구 방법도 앞서 진행된 이러한 과정을 검토·수용하되, 성(姓)별 인식을 넘어 역사에서의 보편성과 인천만의 특수성이 잘 적용될 수 있게 객관성을 견지(堅持)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한편, 이러한 개념 정립을 통해 여성사 연구를 진행하더라도 또 하나 숙고해야 할 과제가 여성사 자료의 결핍과 다양한 자료 확보 방안이다. 여성들에 대한 자료 찾기가 쉽지 않고 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기왕의 역사 연구에서 선택적 시각으로 여성을 서술한 자료인 경우가 많다. 특히, 전근대는 지배층 위주의 여성 인물 자료나 유교적 이념에 부합되는 사례가 대다수라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하는 실증의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런 시각에서, 인천 여성사 연구는 역사와 문학뿐만이 아니라 지리, 민속, 인류학, 음악, 예술 등 다양한 학제 간 소통을 통해 융복합적 방법론을 모색해야 할 과제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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