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미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수미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가 보통 ‘협상’이라고 하면 한미 FTA 또는 아랍·이스라엘의 평화협정과 같이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을 떠올릴 수 있겠고, 납치범과의 협상처럼 생명이 걸린 긴박한 사건을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점심식사 메뉴 결정과 같이 우리의 평범한 일상도 협상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협상은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타인으로부터 얻기 위한 소통이기 때문이다. 

 이 시대에는 과거에 비해 협상 필요성도 높아졌고, 협상의 대상도 다양해졌다. 그 이유로 개인의 성격 또는 자세의 변화를 들 수 있다. 인터넷으로 인해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증가했고, 많은 정보를 가진 개인은 원하는 것이 더 많아졌다. 인터넷 시대 이전의 개인은 언론을 통해서만 뉴스를 접할 수 있었으나,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최신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개인은 무료 또는 낮은 비용으로 지식을 습득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이 가져올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시대에는 기존에 전문가를 필요로 했던 법률·의학·조세 관련 정보 비용이 무료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와 관련된 일에는 전문가의 비용을 들일 필요 없이 내가 직접 참여하고 싶어진다. 디지털 전환 시대는 수평적이고 자주적인 의식 중심의 사회를 지향하므로 개인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지시에 의한 결정을 따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수평적인 사회에서는 상대방의 나이·인종·성별의 차이 상관없이 상대방과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싶어 한다. 

 협상에서 정보는 힘(power)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인데 협상에서 필요한 정보는 무엇일까? 협상을 통해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목표를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세울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나의 연봉액, 고용기간, 업무 등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되겠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협상에 임하기 위해 숫자·순서 또는 제3자를 활용한 객관적인 정보도 필요하다. 앞에서 설명한 정보를 모두 확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이 부분은 서로의 입장을 찾는 게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를 찾아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자신의 입장을 중심으로 협상에 임했기 때문에 논쟁과 양보를 통해 타협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입장 중심의 협상 결과는 이득·효율·관계 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서로가 적이 아닌 문제 해결사로서 서로의 관심사를 함께 찾아보는 과정에서 다양하고 창의적인 해결 방안도 함께 도출하게 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서로의 관심사는 상대방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만 찾아 낼 수 있다. 이는 협상자가 상대방의 감정·관점·행동을 관찰하면서 시작된다. 

 사람은 감정적이기 때문에 감정으로 인해 철저히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고, 소통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신뢰·이해심·존경·우정·평판 등은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시키는 반면 화, 우울함, 두려움, 답답함, 이기심, 차별당함, 오해 등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시킨다. 부정적인 감정 요소는 협상의 실체적 문제와 얽히기 쉽기 때문에 이 둘을 분리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사자들의 관점 차이나 충돌도 협상의 실체적 쟁점과 얽히면서 협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관점의 차이는 근거 없는 추정, 그리고 당사자들 자신의 생각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협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서로 부담이 되지 않는 양보 부분 찾기, 상대방의 의견과 해결안이 협상에서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느끼게 하기  등이 있겠다. 

 물론 상대방이 왜 그런 입장을 취했는지 직접 물어보는 방법도 좋다. 단순한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원인과 목표를 알게 될 것이다. ‘왜 안 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어떠한 관심사가 협상의 장애물이 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관심사를 찾는 과정에서 양측에 이득이 되면서 입장 차이를 줄이는 다양한 해결 방안을 도출해 내며 협상을 마치게 된다. 

 협상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진도가 나가면 나갈수록 자신에게 불리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만약 이와 같이 협상을 중단시켜야 하는 순간이 발생한다면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즉, 합의를 대신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도출해 보기로 한다. BATNA를 찾으려면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을 나열해 봐야 한다. 여러 대안을 놓고 자신의 상황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 그 중 최선의 대안을 결정하게 되는데, 그 최선의 안이 BATNA가 되는 것이다. 방금 학습한 다양한 협상 도구를 활용해서 여러분의 일상에서도 협상의 즐거움을 경험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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