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의 2020시즌 시작은 초라했다. 하지만 최종전에서 기어코 1부 잔류를 확정했다.

인천은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K리그1 파이널B 27라운드 최종전 전반 31분, 아길라르의 결승골을 지켜내 1-0으로 승리하며 승점 27이 됐다.

이로써 인천은 이날 성남FC(승점 28)에 1-2로 패한 부산 아이파크(승점 25)를 최하위로 밀어내고 11위를 확정해 10위 성남과 함께 2부 강등을 피했다. 인천으로서는 승강제 도입 후 한 차례도 강등되지 않는 유일한 시민구단이라는 타이틀을 지켜냈다.

인천은 2019시즌 스플릿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경남FC와 힘겹게 비겨 10위로 1부에 잔류했다. 2020시즌에는 강등권으로 분류되지 않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막상 정규리그 개막 후 연패 수렁에 빠지면서 위기감이 감돌았다.

지난 시즌 췌장암 투병 중에도 1부 생존을 이끈 유상철 감독이 치료차 명예감독으로 물러나고, 임완섭 감독이 팀을 이끌었지만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개막 2경기 무승부 이후 팀 역대 최다 7연패를 당하자 6월 28일 임 감독이 물러났다.

인천은 임중용 수석코치 체제로 운영되는 가운데 후임 감독 선임 과정이 난항을 겪으며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투병 중인 유상철 감독 복귀를 추진했지만 무리수라는 비판 속에 백지화됐고, 수원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 한 달도 안 된 이임생 감독 영입을 시도했다가 계약 성사 직전 불발됐다. 이 와중에 팀 성적은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시즌 경기 수가 축소돼 빠른 시일 내 전력을 가다듬어야 했던 찰나, 14라운드 이후인 8월 7일 조성환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인천은 조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였던 8월 9일 15라운드에서도 성남에 0-2로 패해 당시 5무10패로 벼랑끝에 몰려 있었다. 그러나 8월 16일 16라운드 대구FC에 1-0으로 이겨 시즌 첫 승을 올리더니 수원마저 1-0으로 격파해 시즌 첫 연승을 기록했다.

분위기를 탄 인천은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2018시즌 인천 멤버’였던 아길라르를 임대해 전력을 보강했다. 또한 9월 두 차례 A매치 기간 ‘주포’ 무고사가 자국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차출되지 않으면서 전력 누수도 막았다. 그러자 26라운드 부산과의 홈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1부 잔류에 대한 희망이 극대화됐다. 마침내 인천은 서울과의 시즌 최종전이자 ‘경인 더비’에서도 1-0 승리를 거두며 11위를 확정해 내년에도 1부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조성환 감독은 잔류 확정 후 "인천이 강등 1순위라는 의견이 많았는데, 1승씩 거두면서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어 갔고 오늘 마침표를 찍은 것 같다.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장 김도혁은 "프로구단 어느 선수라도 ‘잔류왕’이란 별명을 자랑스럽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다. 저희가 1부에 잔류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내년에는 꼭 꼬리표를 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최유탁 기자 cyt@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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