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기도에서 고금리 불법 대부행위를 일삼아 온 미등록 대부업체와 대부중개업자 16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이자제한법 위반은 물론 불법적인 꺾기 대출(연체이자 포함 재계약)과 추심 행위로  최소 30%에서 최대 3천878%의 이자(연리 기준)를 약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급전이 필요한 건축업자와 저신용자, 배달대행업자, 일용직 근로자 등 111명에 이른다고 한다.

강도 높은 단속, 저신용자에 대한 정책금융 확대에도 불구하고 불법 사금융이 좀처럼 사라지질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에서 8월에도 경찰과 서울·경기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집중 단속을 통해 불법 사금융업자 861명을 검거한 바 있다. 4월에는 도 특사경이 취약계층과 소상공인 등 총 3천600여 명에 협박을 일삼으며 연리 3만%를 갈취해온 일당을 적발한 적도 있었다. 법적 처벌부터 강화할 필요가 있다. 싱가포르는 부당하게 얻은 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한다. 무등록 영업에 대해선 최대 50만 달러의 벌금과 4년 이하 징역을 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수요 측면도 개선해야 한다. 불법 사금융을 이용하는 건 급전이 필요할 때 신속히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현 공공대출 제도가 필요한 이들에게 ‘신속히,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빈곤층에게 폭넓은 금융 접근권과 저금리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건 국가적으로 긴요한 일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감당할 수 없는 부채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나 그렇다고 사회적 약자가 더 많은 부담을 지는 관행이 유지돼야 할 정당성은 없다. 저소득·저신용자의 부채 역시 개인이 직면한 수많은 리스크 중 하나로, 스스로 관리해 가야 할 과제일 뿐이다. 

부자와 기업, 은행도 망하거나 부도를 낸다. 이를 위해서 신용회복과 법정관리, 파산법이라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은행은 국민 혈세로 대규모 공적 자금까지 투입된다. 그런데 유독 빈곤층에 대해서만 부채의 위험성을 예단하며 고금리를 정당화하는 건 시민권 측면에서 정의롭지 못하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로 영세 상인과 서민들의 자금난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다. 공급 측면에서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요 측면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 설계도 시급한 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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