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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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을까?
신진식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11.04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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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식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
신진식 인천대 인천학연구원 연구교수

짜장면의 원조가 중국 쟈지앙미엔이라는 사실에 대해 이제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익히 알고 있다. 쟈지앙미엔이 짜장면이 되고 우리나라 외식과 배달문화 꽃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는 화교들과 그들의 이민사가 겹친 한중 교류사와 우리 근현대 생활사와 문화사가 함께 버무려 있다. 짜장면을 만들기 위한 주재료인 밀이 한반도에 최초로 들어온 시기는 삼국시대이다. 그런데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 기후로 인해 우리 땅에서는 밀 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 중국에서 밀이나 밀가루를 수입해서 쓸 수밖에 없어서 왕족이나 돈 많은 귀족 이외에는 국수를 먹을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서민들은 비싼 밀가루 대신 녹두 가루나 메밀 가루 따위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그러나 1년에 한 번 음력 6월 15일인 유둣날에는 유두국수라고 하여 밀국수를 만들어 먹었는데, 그 과정이 너무나 복잡하고 어려웠다. 이렇듯 품이 많이 들어 국수는 잔치 때나 먹는 귀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박히게 됐다. 국수에 대한 이런 인식은 짜장면이 처음 우리나라에 소개될 때는 색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임오군란(1882년) 이후 제물포에 청나라 조계지가 생기면서 당시 청나라 군인들과 함께 최초의 화교들인 상인들과 노동자들이 인천에 들어왔는데, 그 중에서도 제물포와 가까웠던 산둥지방 사람들이 대거 들어왔다. 산둥 사람들은 여전히 고향에서 먹던 쟈지앙미엔을 만들어 먹거나 화교가 차린 음식점에서 사 먹었다. 한국전쟁 이후로 우리나라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화교들은 살길을 찾아 너도나도 중국 음식점을 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을 잘 알지 못해서 장사가 잘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고민을 거듭한 화교들은 마침내 총장에 캐러멜을 첨가하여 단맛이 확 도는 춘장을 만들어냈고, 뻑뻑하고 짜기만 하던 쟈지앙미엔에 전분을 푼 걸쭉한 소스를 가미하면서 우리 입맛을 사로잡게 된 짜장면이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때라 돈을 내고 사 먹어야 하는 음식인 짜장면은 여전히 인기를 끌지 못했다. 짜장면이 우리 생활에 가까이 다가오게 된 것은 한국전쟁 후 주한미군 주둔과 미국이 밀가루를 원조 식량으로 풀면서부터이다. 

당시 정부는 경제개발 계획하에 주한미군에 납품한다고 샐러리, 양상추, 양배추, 피망, 양파 등 그때까지만 해도 낯선 작물들을 재배하게 했다. 농민들은 그나마 익숙한 양파를 선택했고, 농사만 지으면 정부가 다 사들일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주한민군에 납품하는 양은 한계가 있었고, 남아도는 양파는 헐값에 시장에 풀리게 된다. 덕분에 중국집에서는 그동안 비싸서 넣지 못했던 양파를 짜장면에 넣으면서 짜장면의 맛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됐다. 

한편, 정부는 부족한 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식 장려 운동을 펼쳤는데 그것도 성에 차지 않자 아예 ‘무미일’이라 하여 1970년부터 8년 동안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쌀밥 못 먹는 날을 정해 버렸다. 밀가루로 국수나 만두를 만들어 파는 중국집이 크게 혜택을 입었던 것이다. 손님들이 몰리면서 가족 단위로 운영하던 중국집은 한국인들을 ‘뽀이’로 고용하기 시작했는데, 어깨 너머로 중국 음식 만드는 법을 배운 뽀이들은 독립해 하나둘 중국집을 차렸다. 한국인이 중국집을 개점하면서 분위기도 한결 밝고 깨끗해졌고, 중국집은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거기에 철가방으로 일컬어지던 배달통 등장과 대림산업에서 오토바이를 대량 생산하면서 짜장면은 배달음식의 상징으로 부상하게 된다. 특히 1997~1998년에 "짜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광고가 나올 정도로 짜장면은 사람들에게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완전히 자리 잡게 된다. 그렇게 100여 년간 한결같은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우리 곁을 지켜온 짜장면은 단순한 맛이 아닌 추억과 우리 삶의 흔적을 간직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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