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시 점동면은 강원도 원주에서 흘러나오는 섬강, 용인에서 발원하는 청미천이 만나는 곳이다.

 여주 주민들은 오랜 세월 지역을 흐르는 남한강을 ‘여강’이란 이름으로 불러왔다. 이곳에는 매년 수많은 철새가 찾아오고 보호 가치가 있는 동식물이 자라났으며, 맑은 물과 아름답고 고운 모래를 간직한 채 지역주민들과 공존해 왔다.

 그러나 2000년대 초 경기도에서 남한강 주변에서 골재 채취 사업을 진행하면서 이곳의 보전 가치가 있는 모래를 지키기 위한 운동이 일어났다. 남한강변에 숨어 있던 아름다운 길들은 그때 외부에 알려졌다. 매년 지역 학생들은 남한강 도보순례를 진행했으며, ‘여강’ 주변의 길은 점차 생태적 가치를 입증받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강길’은 2009년 도내 최초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문화생태탐방로’로 지정되기도 했다. 현재 훼손됐던 자연환경은 점차 제 모습을 되찾고 있으며, 지역 내 관광 포인트를 연결하는 여강길로 인해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은 좀 더 여주시를 알아가고 있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코스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꿈의학교 ‘여강길 생태학교’는 여강길을 관리·운영하는 비영리단체 ‘여강길’에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여강길을 걸어다니며 마을공동체와 자연, 문화시설물 등에 대해 알아갈 뿐더러 사계절의 변화를 몸소 느끼며 고장 구석구석을 체험하고 있다. <편집자 주>

여강길 코스를 걷는 학생들.
여강길 코스를 걷는 학생들.

# 지역을 느낄 수 있는 여강길

 여강길 생태학교는 2018년부터 운영된 ‘찾아가는 꿈의학교’다. 매년 초등학생 1∼6학년 중 20여 명의 학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낮 12시까지 여강길 코스에서 수업이 실시된다.

 학생들은 전세버스에 탑승하거나 학부모 차량을 통해 그날 예정된 여강길 코스로 모인다. 활동은 학생들의 체력에 맞춰 크게 힘들지 않도록 7∼8㎞가량을 걷고 있다.

 이로 인해 매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지원되는 1천500만 원은 교사들의 인건비 외에도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교통비로 쓰이고 있다.

 여강길 생태학교는 학생들이 몸으로 여주의 자연과 문화를 체험한다는 점에서 인기가 높다. 

 학생들은 ▶명성황후 생가 ▶세종대왕릉 ▶효종대왕릉 ▶목아박물관 ▶신륵사 등 생태·문화적 관광자원을 거치는 코스를 직접 방문하면서 자신이 몰랐던 여주시를 알아가고, 지역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한 새로운 궁금증을 키운다.

해시계를 관찰하는 학생들.
해시계를 관찰하는 학생들.

 특히 연이어 꿈의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은 지난해와 달라진 여주 생태환경의 변화를 몸소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 여강의 나루터 주위에 만들어진 마을들을 꾸준히 방문해 오랜 세월 여강에 살아온 지역주민들과 만나 소통하며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다.

 저학년인 1∼3학년 학생들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학부모와 함께 수업에 참여하도록 한다. 학부모들 역시 높은 만족도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은 간단한 수질 측정 활동을 통해 하천 생태를 이해하거나 직접 떡납줄갱이·납자루·묵납자루 등의 물고기를 잡아 보고 각 물고기에 대한 설명을 교사에게서 듣는 체험도 한다.

 꿈의학교 교사들은 모두 숲해설가 자격증을 보유한 덕에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나무나 식물 등에 대한 지식을 즉시 알려 주고 있다.

 여강길 생태학교 김민서(46·여)교장은 여주시가 도·농복합도시인만큼 도심 속 학생들이 여주가 갖고 있는 자연과 문화자원들을 제대로 배우고 알아가길 바란다. 아무리 오랜 세월 여주에 산다고 해도 결국 여주 관내를 거닐어 보지 않는다면 여주에 대해 문외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존 학교 체험학습만으로는 채워지지 않은 빈틈을 세세한 꿈의학교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노는 방법’과 여주의 자연을 흡수하게 할 계획이다.

 김 교장은 "학생들이 길을 걸으며 여주의 자연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길을 걸으면서 느끼는 가치와 감동은 걸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갔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여강길을 걷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
여강길을 걷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는 학생들.

# 11가지 여강길 코스

 현재 여강길은 5가지 코스가 있다. 총길이는 약 59㎞로 ▶옛나루터길(15.5㎞) ▶세물머리길(20㎞) ▶바위늪구비길(14㎞) ▶5일장터길(13㎞) ▶황학산길(6.5㎞)이다.

 1코스인 옛나루터길에는 조선시대 여주 관아의 정문으로 사용하던 영월루, 단현동과 남한강 건너편의 강천면 가야리 지역을 연결하던 부라우나루터를 비롯해 혼암리 선사주거지, 아홉사리 과거길이 있다.

 이 중 부라우나루터는 명칭의 유래를 묻는 학생들이 많다. 부라우나루터는 나루 주변의 바위들이 붉은 색을 띠어 붉은바우, 붉바우를 거쳐 부라우라는 명칭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2코스인 세물머리길에는 강원도 남부지역의 세곡을 모아 두던 흥원창이 위치해 있다. 충주의 가흥창과 더불어 남한강의 중요한 창으로 꼽히던 곳이다.

 이 외에도 신선이 살던 곳이라고 알려진 자산과 교동에서 풀무길로 넘어오던 해돋이산길 등이 있으며, 삼합리 마을이 있어 마을 주민과 학생들이 만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물고기 잡기 체험 중인 여강길 생태학교 학생들.
물고기 잡기 체험 중인 여강길 생태학교 학생들.

 3코스 바위늪구비길은 무형문화재 제108호인 목아 박찬수 선생이 설립한 동양 최초의 불교 박물관인 ‘목아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박찬수 선생이 수집한 6천여 점의 불교 유물·용품이 전시돼 학생들에게 문화적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바위늪구비길에는 천년사찰로 알려진 신륵사가 있다. 다층전탑을 비롯한 8점의 보물과 경기도 유형문화재가 보관돼 있다.

 세종대왕릉과 효종대왕릉이 있는 4코스 5일장터길은 이름 그대로 여주5일장이 열리는 곳을 지나가고 있으며, 가장 짧은 길인 5코스 황학산길에서는 명성황후 생가를 비롯해 황학산수목원과 삼림욕장을 방문할 수 있다.

 비영리단체 여강길은 그간 여강길을 알려 온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여주시에서 새로운 트래킹 코스를 만드는 민간위탁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2021년 6개 코스가 추가돼 약 120㎞의 트레킹 코스가 완성될 예정이다.

 현재 ▶세종대왕릉역사문화관∼양화나루∼상백2리 마을회관 ▶상백2리 마을회관∼삼신상∼당남리섬 ▶당남리섬∼천서리 보호수 ▶당남리섬∼이포보캠핑장∼천남공원 ▶천남공원∼팔각정∼여주박물관∼여주시관광안내소 ▶싸리산주차장∼고령토광산 등 지역 내 좀 더 알려질 필요가 있는 곳들을 지나가는 트레킹 코스를 계획 중에 있다.

물고기 잡기 체험 중인 여강길 생태학교 학생들.
물고기 잡기 체험 중인 여강길 생태학교 학생들.

 여주는 이미 시내권을 제외하고는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여강길을 걸으며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비영리단체 여강길 역시 앞서 언급했던 대로 주로 면 단위 시골을 지나다니며 주민과 아이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코스와 연결된 마을과의 접점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2년째 여강길 생태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김주호(13)군은 "지난해 좋은 경험을 했던 것이 기억에 남아 올해도 동생과 함께 활동에 참여했다"며 "여강길을 걸으면서 다양한 생물과 곤충을 만나는 것이 재밌었다. 특히 여주의 많은 숨겨진 곳들을 구석구석 걸어다니며 여주의 역사와 마을의 이야기들을 알아가며 내가 사는 곳이 얼마나 가치 있는 곳인지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사진= <여강길 생태학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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