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급 과장이던 A국장은 공직생활 위기를 맞았었다. 감사원이 중징계를 요구했고 검찰에 수사까지 의뢰했기 때문이다. 혐의는 배임이었다. 감사원은 A과장이 십정2구역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때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넣어 인천시에 재산 피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계약이 깨질 시 임대사업자는 인천도시공사에 지급한 계약금 등에 이자(4.99%)를 가산해 반환받는다는 내용을 넣어 108억 원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는 게 감사 결과였다.

A국장은 이 계약을 시장 명의 직인이 아닌 자신의 도장을 찍어 체결했다. 이 때문에 비정상 계약이라는 지적을 받았고 감사원도 이 부분이 수상해 감사를 하기 시작했다. 인천시는 감사원 중징계 요구를 가볍게 무시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이유였다. 형사벌 여부를 떠나 108억 원이라는 재산 피해를 입힌 것은 분명한데도 말이다.

검찰은 황당한 판단을 내렸다. A국장에게 무혐의 처분하면서 "투자유치를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다는 주장이고, 판례에 비춰봐도 이 정도 갖고 배임까지 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A국장의 행위가 108억 원의 시민 혈세를 낭비하는 일이었지만 검찰이 봐줬다. 보조금은 6억 원만 횡령해도 실형을 받는다. 배임과 횡령은 손등과 손바닥 같다. 결국 인천시는 검찰 무혐의를 근거로 A국장 징계를 하지 않았다.

징계를 피한 A국장은 승진했고 2020년 11월 9일 2급 임용식이 열린다. 균형발전정무부시장 아래 최고 높은 자리다. 인천시가 108억 원의 혈세를 날린 책임을 묻지 않아 일어난 일이다. 일부 직원들은 A국장이 2급으로 승진하는 것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직원들은 2급으로 승진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한다. 국장은 결재권이 있지만 2급 자리는 협의권만 있기 때문에 간섭이 덜하지 않겠냐는 의미다.

인천시의 제 식구 감싸기는 A국장을 승진시켰지만 혈세를 날린 시민들을 슬프게 했다. 시민의 혈세를 날린 A국장의 승승장구는 후배 공무원들에게도 귀감이 돼 시민 혈세를 쉽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A국장 덕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108억 원을 삼킨 임대사업자는 잘 살고 있다. 세금 도둑들이 잘 사는 세상 같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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