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친일 잔재 논란을 빚고 있는 안양시 ‘옛 서이면사무소’의 문화재 자료 존치 문제가 경기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8일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황수영(민·수원6)·문형근(민·안양3)의원 등에 따르면 2001년 경기도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옛 서이면사무소는 상량문에 경술국치를 찬양하는 내용의 글 등이 발견돼 친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서이면사무소 상량문에는 ‘조선을 합하여 병풍을 삼았다. 새로 관청을 서이면에 지음에 마침 천장절을 만나 들보를 올린다’는 내용의 글이 발견됐고, 초대 면장이었던 조한구 주임이 조선총독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경기도문화재위원회는 지난 10월 실시된 문화재자료 지정 해제 안건을 부결했다. 2016년 심의에 이은 부결이다.

지난 6일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도 문화체육관광국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는 이러한 문화재자료 존치 문제가 거론되면서 문화재자료 지정 해제 필요성이 거듭 제기됐다.

황 의원은 "친일을 청산한다는 이재명 지사의 도정철학과는 배치되고 있다"며 "이곳은 안양2∼4기 민선시장이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된 자신의 조부를 기리기 위해 29억여 원의 혈세를 들여 복원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문형근 의원도 "정부뿐만 아니라 도 차원에서 일제 잔채 청산을 위해 노력 중인데도 서이면사무소를 문화재자료로 두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일제 잔재 청산의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도는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도 차원의 조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해제 심사 권한을 가진 도 문화재위원회는 서이면사무소가 건축학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오태석 도 문광국장은 "문화재위원회는 친일에 관련된 유적임에도 보존 가치가 중요하다는 뜻으로 거의 만장일치로 문화재 해제 심의 안건을 부결했다"며 "도는 문화재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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