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내년 추진을 목표로 한 도정 주요 사업들이 경기도의회의 본격적인 예산심의 전부터 위태로운 양상이다. 공공조달시스템 구축, 농민기본소득 등 핵심 정책사업 예산이 조례 제정 및 정부 사전 협의 등 사업 시행 가능성을 담보할 사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반영된 데 대한 지적이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잇따라 제기되면서다.

8일 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도는 내년 조달청의 나라장터를 대체할 자체적인 ‘공공조달시스템’ 개발을 위한 예산 63억 원과 도내 농민 1인당 연간 60만 원을 지원하는 ‘농민기본소득’ 예산 176억 원을 내년도 본예산에 편성했다. 공공조달시스템 개발계획을 두고 도의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정부 정책과의 역행, 전자조달법·지방계약법 시행령 등 관련 법령 개정 가능성 미지수 등을 들어 예산 반영의 성급함을 꼬집고 있다.

안전행정위 국중현(민·안양6)의원은 지난 6일 실시된 도 자치행정국 대상 행정사무감사에서 "2023년까지 차세대 나라장터를 개발한다는 조달청 방침과 역행하는 것"이라며 "정부와 협의도 안 됐고 법령 개정도 안 됐는데 구축계획을 먼저 발표하고 63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담은 것은 무모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서현옥(민·평택5)의원도 "도 추진 방향이 타당한지 용역도 해 보지 않고 시스템 구축비를 세운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선행 조건이 마련된 뒤 예산을 세워야 한다. 조달청이 협조할지 정확한 답변이 먼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에 김기세 도 자치행정국장은 "현 시행령으로는 조달청의 승인만으로도 (사업 추진이)가능하다"며 "조만간 조달청과 협의할 예정으로, 법령 개정 없이도 행정절차 추진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농정해양위원회에서는 조례 제정이 선행되지 않은 농민기본소득 예산편성에 대해 ‘의회와 교감 없는 예산편성은 의회 경시’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농정해양위 김인영(민·이천2)위원장은 도 농정해양국 대상 행감에서 "의회 상임위와 교감 없는 농민기본소득 사업비 편성은 의회 경시 행태의 연장"이라며 "특히 농민기본소득은 근거 조례도 갖추지 못한 부실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기본소득 정책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도의회 기본소득특별위원회가 현재 활동 중으로, 의회가 농민기본소득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의견 조율이 먼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김충범 도 농정해양국장은 "조례가 언제 통과될지 모르지만 통과 이후 바로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책정한 예산"이라고 설명했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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