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대표적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에 실려 있는 말이다. 지나간 역사를 바로 알아야 똑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역사를 바로 아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반만 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외적의 침입을 받아 온 우리 민족은 36년의 일제강점기에 이어 한민족끼리 편을 갈라 싸웠고, 현재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 체제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일본과의 대립과 마찰은 광복 75주년을 맞이한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독도(獨島, Dokdo)’가 가장 큰 이슈로 자리잡고 있다. 역사 속 각종 문헌을 통해 독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명백함에도 일본은 ‘다케시마(竹島)’라고 부르며 자신들의 영토라고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는 탓이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이 운영 중인 ‘경기꿈의학교’ 중에는 독도를 주제로 그림책을 만드는 아이들이 모인 꿈의학교가 있다. ‘내가 만든 그림책으로 독도를 알리겠다’는 의지로 뭉친 ‘우산국, 그리다’ 꿈의학교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업사이클링 캔아트’를 이용한 독도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는 학생들.
‘업사이클링 캔아트’를 이용한 독도 조형물을 제작하고 있는 학생들.

 # 역사와 미술이 만나다

지난 10월 어느 토요일, 넓은 논이 펼쳐져 있는 이천시 백사면의 한적한 마을이 한 무리의 아이들로 인해 생기가 돌고 있었다. ‘독도 수호 그림책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우산국, 그리다’ 꿈의학교 아이들이 발산하는 웃음소리 덕분이었다.

이들은 이천지역 도예가가 방문해 올해 첫 외부 강사의 지도로 이뤄진 수업을 통해 직접 꾸민 독도 모양의 도자기를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현재는 멸종된 ‘독도 강치(바다사자의 순우리말)’와 ‘괭이갈매기’, ‘바다제비’를 비롯해 독도에 서식하는 식물과 태극기 등을 이용해 도자기를 만드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묘한 자부심이 떠올랐다.

올해로 운영 3년 차를 맞은 ‘우산국, 그리다’는 2018년 현재와 과거에 대한 연관성을 갖고 역사를 바라봐야 한다는 생각과 독도의 옛 이름인 ‘우산국’을 다시 그려 보고 독도를 둘러싼 영토 분쟁에 대한 현실적 문제를 인식해 바르고 정확한 역사의식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출발했다.

학생이 스스로 계획해 운영하는 ‘학생이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로 시작된 ‘우산국, 그리다’는 지난해부터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로 전환해 운영 중이다.

독도 모형 도자기를 만드는 아이들.
독도 모형 도자기를 만드는 아이들.

설봉초와 증포초·아미초·한매초 등 이천지역 초등학교 5∼6학년 10명으로 운영됐던 ‘우산국, 그리다’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모두 22명이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은 그동안 책으로만 배웠던 독도를 직접 눈으로 보고 몸으로 체험하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과 지식 등을 그림과 글로 엮어내고 있다. ‘독도 수호 그림책’을 만들어 한국은 물론 세계의 친구들과 ‘독도가 대한민국의 땅’임을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매월 격주 토요일마다 함께 모여 독도의 역사를 배우고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을 교환하는 한편, 그림 실력을 키우며 책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또 매년 한 차례 직접 독도를 탐방하며 ‘우리의 땅’ 독도를 눈과 가슴에 담고 온다. 이 같은 배움의 시간을 통해 아이들은 독도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 마을 전문가의 도움으로 실현된 꿈 

‘우산국, 그리다’에 참여 중인 아이들은 독도를 알릴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겠다는 꿈을 갖고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단지 의지만으로는 목표를 이뤄 내기 어려웠다. 이들의 꿈을 실현시켜 준 것은 마을 내 전문가였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그림책을 살펴보고 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그림책을 살펴보고 있다.

현재 ‘우산국, 그리다’의 운영자(꿈짱)인 손정민 씨는 그저 미술을 전공한 한 아이의 엄마였지만, 역사를 좋아해 이천지역 아이들에게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역사시강원’ 대표를 맡고 있던 중 그림을 통해 독도를 알리고 싶다는 마을 아이들의 요청에 흔쾌히 꿈의학교 운영에 나섰다.

손 대표는 "이천이 경기도에서도 외진 곳이기 때문인지 이천 아이들은 이천지역 밖을 나가 역사 탐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며 "서울 등 대도시에는 각종 탐방과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만 이천지역 아이들은 이런 분야에 관심이 있는 엄마가 있는 경우에만 타지로 이동해 역사 탐방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시강원’을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독도에 대해 얘기해 보면 다들 ‘독도는 우리 땅이다’라고는 말하지만, 정작 독도에 직접 가 본 아이는 없었다"며 "부모들도 직접 아이들과 움직이기 어려운 환경이 대부분으로, 이천의 아이들에게 독도를 다녀오는 혜택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던 중 마침 몇 명의 아이들이 독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얘기했고, 그렇다면 아이들이 알고 있는 독도에 대한 지식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우산국, 그리다’ 꿈의학교를 개설하게 됐다"며 "꿈의학교를 통해 직접 독도를 방문한 아이들은 막연하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생각에서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를 배우고 깨달으며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홍보물.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홍보물.

‘우산국, 그리다’는 꿈의학교에 참여하는 학생 1명이 1권의 그림책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손 대표는 꿈의학교 운영 2년 차였던 지난해 책을 만드는 과정을 이수해 직접 강사를 양성할 수 있는 ‘동화작가지도사 1급’을 취득했다.

이처럼 전문적으로 책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운영자의 노력을 통해 아이들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스토리를 만드는 등 100% 수작업으로 그림책을 제작하며 꿈의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개개인의 그림책 원화를 활용한 독도 관련 ‘굿즈(Goods·연예인이나 스포츠 팬 등을 대상으로 디자인한 상품)’를 만들어 독도 홍보활동도 펼친다. 또 직접 제작한 그림책을 울릉도도서관에 기증·전시하는 한편, 이천지역 도서관과 꿈의학교에 참여한 아이들이 재학 중인 학교에도 1권씩 기증했다.

심지어 국립중앙도서관에도 이들이 제작한 책이 등재돼 있는 상태로, 아이들의 성취감을 고취시키는 큰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꿈의학교 활동을 통해 독도를 매개로 우리나라의 여러 상황을 이해하고 관심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 마을이 지원하는 꿈의학교

‘경기꿈의학교’ 운영의 가장 큰 목적은 마을교육공동체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꿈의학교는 마을의 도움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우산국, 그리다’는 마을의 여러 지원으로 나날이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꿈의학교 운영 장소가 변경됐지만 지난해까지는 증포작은도서관 등 지역 내 도서관을 제공받아 활동했다. 매년 10월 25일 ‘독도의 날’에도 지역 도서관들과 연계해 아이들이 제작한 그림책을 전시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만든 그림책.
아이들이 만든 그림책.

또 지자체의 지원으로 중리자치센터에서 이천역으로 가는 길에서 진행된 ‘플라타너스길 조성사업’에 참여해 재활용품에 디자인 등의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생산하는 ‘업사이클링 캔아트’를 이용한 독도조형물을 제작·전시할 수 있었다.

특히 ‘우산국, 그리다’가 올해 도서관 이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운영 장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자 백사면 모전1리 이장은 다양한 인문학 강의를 펼치며 운영하고 있던 문화공간 ‘with’를 제공, 꿈의학교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와 함께 문화공간 앞에 펼쳐진 이장 소유의 텃밭도 가꾸면서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배우고 뛰어놀 수 있는 환경도 제공했다.

손 대표는 "‘우산국, 그리다’ 꿈의학교는 지역의 많은 분들이 저마다의 재능 등을 기부해 주셔서 어려움 없이 운영될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이천지역 아이들에게 독도 등 우리의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지원할 수 있도록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사진=<우산국, 그리다 꿈의학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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