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영업을 시작한 동인천 중앙시장의 동구밭 청년길 청년창업 상점 대부분이 폐업했다. 9일 청년창업 상점이 위치한 중앙시장 골목 일대가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2016년 영업을 시작한 동인천 중앙시장의 동구밭 청년길 청년창업 상점 대부분이 폐업했다. 9일 청년창업 상점이 위치한 중앙시장 골목 일대가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인천의 청년몰 사업들이 줄줄이 난항을 겪는 이유로는 열악한 입지와 창업자들의 역량 부족, 사후 관리 허술 등이 꼽히고 있다.

동구는 2016년 중앙시장 활성화를 위해 ‘동구밭 청년길’을 조성했다. 당시 목공예와 갤러리, 카페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청년창업자 10명이 모여 청년몰을 구성했지만 모두 2년을 버티지 못하고 폐업 수순을 밟았다. 현재는 수예점과 카페 두 곳만 겨우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동구는 청년길을 안내하는 간판조차 정비하지 않고 있다.

중앙시장 상인들 사이에서는 동구밭 청년길의 실패는 예상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시장 안에 청년몰을 조성할 수 있는 빈 점포 등 유휴 공간이 10개 이상 됐다면 이미 그 시장은 침체된 곳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별다른 준비 없이 청년몰을 조성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공실로 남은 청년가게 근처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A(67)씨는 "이곳은 지나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떡볶이집이나 술집을 운영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데 왜 여기까지 와서 장사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몇십 년 동안 장사한 사람들도 버티기 어려워하고 있는 시장에 젊은 사람들이 온다고 해서 상권이 갑자기 살아날 리가 없다"고 말했다.

2016년 미추홀구 용현시장에 조성된 드림몰은 청년창업자들의 역량 파악 없이 신청 서류와 한두 차례 면접만으로 입점 점포를 뽑은 것이 패착으로 꼽힌다. 당시 선발된 팀 중 절반이 가정식 덮밥과 도시락, 과일주스, 카페 등 기존 시장 상인들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 업종들인 탓에 경쟁에서 밀려난 것이다.

반대로 청년창업자들이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쌓았지만 사후 관리가 되지 않아 쇠퇴했던 사례도 존재한다.

강화군 청년몰 개벽2333은 인근의 강화도 관광지와 연계해 조성 초반에는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2017년 개점 멤버였던 ‘라이스봉봉’과 ‘편식형제’, ‘MK스시’ 등 인기 있는 일부 가게가 강화읍에 점포를 내기 위해 독립한 뒤로는 청년몰 전체가 활력을 잃었다. 강화군이 청년몰의 운영을 사업단에게 일임하다 보니 활동기간이 종료된 후 각종 활성화 사업들도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군 관계자는 그 뒤로 청년창업자 모집과 활성화 사업 등이 유지되지 않으면서 관광객들이 청년몰을 찾아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청년 상인들 사이에서는 금전적 지원보다는 소비자들이 청년몰에 매력을 느끼고 방문할 수 있는 콘텐츠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구 눈꽃마을 청년몰의 푸드트럭에 입점한 청년상인 B(27)씨는 "창업가 입장에서 청년몰은 임대료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장 방문객이 없어서 매출이 안 나온다면 소용없는 이야기"라며 "장사가 잘 된다 하더라도 청년몰에 남기보다는 독립하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에 단순히 임대료 지원만으로는 청년몰이 유지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족단위 손님들을 모으기 위한 놀이·문화시설을 갖추거나 공연을 개최하는 등 주변 여건과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kyr@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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