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박사학위 논문 주제를 선정할 때 습지 복원을 연구하고 싶었다. 당시 우포늪이나 주남저수지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고 버려진 땅으로 인식되던 습지가 생물다양성이 높고 수질 또한 정화한다는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많은 논문들이 나오던 때였다. 

내 나름대로 논문 방향을 정하고 자료를 수집해 정리하는데 초기에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습지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우선 습지 식물의 종류와 생리, 생태적 특성을 알아야 했다. 여기에 더해 수질에 대한 전문성이 필요했다. 식물에 대한 연구는 익숙했지만 수질에 대한 내용은 무척 어려웠다. 수질은 조경분야가 아닌 환경공학분야로, 습지 연구는 두 개 이상 학문이 공동 작업을 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생소한 내용과 익숙지 않은 전문용어, 다양한 수치들로 인해 어려움을 겪던 중에 지도교수님이 솔직한 말씀을 해 주셨다. 당신의 전공이 산림생태학인데 습지연구까지 지도하는 것이 무리라고 하셨다.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 하는 중인데 지도교수님께서 상황을 명확히 정리해 주셔서 습지 연구를 접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습지 연구는 첫사랑처럼 늘 내 맘속에 남아 있는 주제가 됐다. 

인천에 있는 하천을 답사하면서 늘 아쉬운 것은 조금만 더 맑았으면 좋겠다는 것인데 이 기본적인 것이 쉽지 않다.

인천에 있는 하천은 길이가 짧고 물을 공급하는 유역권이 작다. 따라서 하천으로 유입되는 물이 늘 부족해 자연상태로 두면 건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기라 할 수 있는 장마철에 집중되는 강우 특성에 따라 비가 집중될 때는 위험하기 그지없다. 평상시에는 흐르는 물이 거의 없어 건천에 가까운데 시민들의 이용, 하천 경관관리, 악취관리 등 다양한 이유로 넓은 수면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물에 흐름이 없고 오염물질이 축적돼 미생물이 번성하니 물색이 탁해질 수밖에 없다. 

청라지구에 있는 심곡천을 답사해 보니 조금 때 간조 바닷물 높이보다 심곡천 수면 물 높이가 낮았다. 간조 때 수문을 열어도 자연 배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심곡천의 많은 물은 흐르지 않는 호소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상류와 중류에서 유입되는 비점오염원이 있으니 수질이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답답한 마음에 자전거를 타고 하천변을 여러번 둘러봤다. 그런데 하류 부분에 커다란 습지가 두 군데 있는 것이다. 지도를 보니 수도권 제2순환고속도로 서편에 있는 넓은 습지는 유보지로 향후 개발 예정 부지였고, 다른 하나는 남청라나들목 하단부 습지로 심곡천 내 하천 부지로 보였다. 청라지구를 개발하고 있는 LH나 관리하는 경제청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다면 이들 습지를 정화 습지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을 해본다. 

유기물질과 질소, 인이 많은 하천수를 펌핑해 습지로 유입하면 영양성분이 습지 내 식물과 토양에 흡착돼 정화될 것이다. 그러면 습지 끝단에서는 상대적으로 맑은 물이 배출될 수 있다. 

정화습지에 유입되는 하천수는 정화 습지에 있는 갈대를 지금보다 더 크고 튼실하게 키우게 될 것이다. 갈대를 논 농사 짓듯 키워보는 것이다. 수확한 갈대는 순천만에서처럼 갈대발을 만들거나 공예품 등으로도 사용할 수 있겠다. 하지만 대량으로 생산된 갈대를 기계로 짧게 잘라 유기퇴비로 만들어 공원이나 녹지에 뿌려 주면 좋겠다. 아니면 나무가 작게 자라는 척박한 산에 뿌려준다면 산과 하천을 유기적인 순환체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화습지 조성뿐 아니라 크고 작은 실천들이 모여야 더 맑은 하천이 시민생활 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오늘도 하천변을 달리거나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을 보면서 우리가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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