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미지의 영역에 도전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개성만큼 꿈 역시 각양각색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꿈에 대해 제대로 알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경기꿈의학교는 항상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 평소 주변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독특한 주제를 갖추고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그러나 때론 꿈의 이면까지 훑어보는 과정도 중요하다. 아무리 모든 학생이 노력해도 그 꿈을 이루고 성공하기까진 고된 과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는 어려운 영화 제작 환경에도 매년 수많은 영화 전공인이 모이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마련됐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어 있는 막연한 환상이 깨질 때의 실망감을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동심을 갖춘 채 자라지 못해 걱정된다는 학부모들의 반발은 전혀 없다. 입학 시기부터 설명회를 열거나 학부모 동의서를 받는 것은 둘째치고, 이미 꿈의학교 1기부터 시작돼 6년째 이어온 영화제작 꿈의학교에는 학부모들도 거리낌 없이 섭외돼 배우로 참여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영화제작 꿈의학교를 통해 학생들은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기술을 익히면서 자신의 꿈을 더 명확히 그려 나가거나 새로운 길을 가고 있다. <편집자 주>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 학생들이 카메라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 학생들이 카메라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 현역 감독들의 교육 참여

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는 남양주 종합촬영소 주변의 영상전문인들이 모여 만들었다. 2015년 경기꿈의학교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마련된 찾아가는 꿈의학교이다. 남양주 영상예술인들이 모여 지역 청소년들과 함께 창작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별나라 꿈길공동체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 촬영은 매주 토요일 남양주 영화촬영소에서 이뤄진다. 물론 필요한 장면에 따라 모이는 시간이나 위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꿈의학교에 들어온 아이들은 카메라나 붐마이크 등 녹음장비를 비롯해 조명장비를 다루는 법과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촬영에 필요한 장비는 별나라 꿈길공동체에서 자체 보유한 장비를 쓰거나 경기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빌려 사용하고 있다.

영화제작 꿈의학교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영화감독들의 도움을 받아 본격적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2’, ‘뜨거운 게 좋아’ 등 장편영화 시나리오 개발 및 기획에 참여한 석대형 감독, ‘군함도’의 코디네이터이자 ‘이별의 목적’의 감독인 이건우 감독, ‘열정의 기준’의 조한아 감독 등이 참여 중이다.

이 외에도 교육을 돕기 위한 보조강사가 8∼9명 있어 모든 학생들이 영화 촬영 방법을 철저히 익히게 된다. 학생들은 감독들의 조언과 도움을 받아 매년 총 8편의 작품을 만들게 된다. 

영화제작 꿈의학교에는 매년 40∼60명의 학생이 입학한다. 학생들은 학기 초 4개 조로 나뉘어 각자 시나리오를 만든 뒤 동네 주민이나 현역 배우 등을 직접 캐스팅해 영화를 촬영하게 된다. 이어 좀 더 촬영 기술을 익힌 뒤 감독들과 함께 2박 3일 동안 영화제작 캠프에 참여해 남양주 영화촬영소에서 단편영화를 찍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시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받아 매년 12월 개최되는 남양주 청소년영화제에 출품한다. 최대 70여 편의 작품이 영화제에서 상영되면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나 영화에 관심 있는 이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 독특한 학생 모집 방식

6년째 이어져 온 영화제작 꿈의학교의 모집 방식은 독특하다. 졸업생들이 추천한 후배 외에는 자신의 장래희망이 영화인인 아이들은 뽑지 않고 오히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망설이는 아이들을 선발하고 있다. 

매년 꿈의학교 평균 모집인원보다 많은 40∼60여 명의 학생들을 뽑고 있지만, 모집 경쟁률은 2대 1에서 3대 1에 달한다.

이런 선발 방식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학교 밖 아이들을 포함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신념도 있고, 보다 덜 주도적인 위치의 ‘망설이는 아이들’이 서로 협력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거나 민주적 시민의식을 키워 마을의 네트워킹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꿈의학교를 이끄는 이덕행(71)교장을 비롯한 꿈의학교 구성원들의 교육철학의 영향이 가장 크다.

평생을 영화계에 몸담으면서 한국영화아카데미 원장과 남양주종합촬영소장 등을 지낸 베테랑인 이 교장에게 영화제작 꿈의학교는 학생들의 영화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깨 꿈을 좀 더 구체화시키는 곳이다.

그가 이러한 철학으로 꿈의학교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다. 꿈의학교를 운영하기 이전까지 주변의 학부모들이 그에게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어떻게 하면 영화로 성공할 수 있겠느냐’가 아닌 ‘아이가 영화를 한다는데 어떻게 하면 말릴 수 있겠느냐’였다. 아이들보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학부모들로서는 영화인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현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극영화학과 겸임교수를 맡았을 때에는 수많은 젊은 학생들이 영화를 전공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목격했다.

영화계의 고된 생활을 알고 있는 이 교장으로서는 학생들이 몰리는 상황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 2018년 한 영화감독이 감옥에 가기 위해 노상강도를 저지르던 안타까운 사건을 꼽았다.

이 교장은 "영화계는 생활고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로 힘든 생활을 이어나가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많은 영화인이 있다면 한국 영화가 더욱 빛나겠지만 그 이면은 더 깊어질 것이다. 미리부터 힘든 영화현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영화제작 꿈의학교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영화 촬영 중인 학생들.
영화 촬영 중인 학생들.

# 학생들이 직접 만드는 영화

학생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촬영과 연출을 하는 단편영화들은 각자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만들어진 작품들은 영화제작 꿈의학교 유튜브 채널에서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꿈의학교 학생들이 만든 단편영화 ‘고마워’는 의지를 잃은 친구에게 용기를 불어넣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를 한 친구를 위해 아이들이 일주일 동안 하루에 한 번씩 자신이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알려 주면서 진행된다. 결국 아이들의 도움으로 친구는 소중한 생명을 구하게 된다.

단편영화 ‘사이코패스’는 성적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이 들어 있는 영화다. 반에서 꼴찌인 학생이 항상 1등만 하는 학생에게 ‘너를 해방시켜 주겠다’며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있는데, 단순히 폭력적인 영화로만 보는 시선도 있지만 결국 1등만 하는 학생이 ‘자신이 해방됐다’며 만족감을 느끼며 끝나는 모습에는 성적에서 자유롭고 싶다는 학생들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영화제작 꿈의학교를 졸업한 뒤 좀 더 영화를 만들고 싶은 학생들은 별나라 꿈길공동체에서 함께 운영하는 ‘별나라 꿈의학교’에 입학하기도 한다.

꿈의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만든 장편영화 ‘눈치게임’은 도교육청에서 일부 예산을 지원받고 크라우드펀딩 투자자를 모집해 만들어졌다. 기성 영화인들이 다수 참여했으며, 지난해 11월 개최된 경기시청지미디어센터 개관식에서 개관 프로로 상영되기도 했다.

‘눈치게임’은 왕따와 학교폭력을 다뤘다. 이 교장에 따르면 1990년 개봉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를 패러디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던 한 학생의 행적을 추적하면서 마지막에는 괴롭힘이 전부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교장은 서로 협력해 영화를 찍으며 꿈의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마을의 역할을 이해하고, 마을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공동체 의식을 키워 가길 바라고 있다. 그는 일부 졸업생들이 다시금 마을로 돌아와 신입생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교장은 "마을이 아이를 돌보는 것은 이미 교육의 큰 경향으로, 추후 마을과 학교 간 신뢰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학력 차이가 더 커지면서 마을의 역할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제작 꿈의학교를 거치며 민주시민의식을 기른 아이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와 활동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마을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사진=<남양주 영화제작 꿈의학교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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