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를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버려 물류센터에 불이 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국인 근로자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허문희 판사는 11일 중실화 혐의로 기소된 20대 튀니지인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21일 오전 10시 13분께 일용직 노동자로 근무하던 한국복합물류 군포터미널 내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담배꽁초를 버려 옆 건물 2동에 불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불은 26시간가량 지속하면서 연면적 3만8천여㎡인 건물의 절반 이상과 8개 입주 업체의 가구와 의류 등이 불에 탔다.

이 불로 인해 630억원에 달하는 재산피해가 난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버린 담배꽁초가 발화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허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물류센터 화재가 담뱃불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피고인이 발화지점 부근에 담배꽁초를 버린 뒤 19분이 지나서 연기와 불꽃이 일어난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 화재가 피고인이 버린 담배꽁초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담뱃불과 같은 무염화원으로 인한 발화는 수 분에서 길게는 10시간 뒤에도 일어날 수 있다"며 "당시 불이 나기 3시간 전부터 피고인 외에 4명이 발화지점 부근에서 수차례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린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이들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은 담뱃불을 모두 털고 필터만 던졌다고 진술하고 있으며, 발화지점에 다른 담배꽁초들이 있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담배꽁초에 불씨가 남은 상태로 발화지점에 버렸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사건 1차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화재 당시 불씨를 발화원 부근으로 던진 건 A씨뿐이라며 무죄 선고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관계자는 "상당히 큰 재산피해가 발생한 사안이라 충분한 수사력을 투입해 여러 가능성을 다각도로 고려해 판단했다"며 "무죄 판단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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