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백승국 인하대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책장에서 「어린왕자」를 우연히 발견했다. 학창 시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이다. 그 시절은 「어린왕자」가 던지는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새삼 놀란 사실은 「어린왕자」가 288개의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세계 기록을 갖고 있으며, 지구촌 60억 인구가 한 번쯤 읽어보는 책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시공을 초월한 어린왕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철학이 무엇인지, 시대를 가로질러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에 어린왕자가 전하는 삶의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 중에서 어린왕자와 여우가 서로를 이해하고 길들여가는 장면이 압권이다. 어린왕자와 여우는 인간과 동물의 생물학적 차이를 초월해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모습으로 서로를 길들인다.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를 인정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최근 코로나로 비대면의 삶의 방식이 급속하게 조성되고 있다. 비대면 온택트(On Tact) 방식이 일상화되고 있다.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는 접촉의 오프라인 세상에서 시청각 중심의 온라인 세상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비대면 교육 콘텐츠의 세계 시장이 2011년 796억 달러에서 2021년에는 2천272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대면 교육 콘텐츠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과 대학에서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예컨대 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 진행했던 직무 교육을 온라인에서 대행해 주는 컨설팅 회사가 인기이다. 오프라인에서 번거롭게 준비했던 세미나의 주제, 강사, 프로그램 등을 온라인에서 서비스해주는 교육 컨설팅 사업이다. 외국어 교육에도 새로운 방식의 비대면 교육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비대면의 외국인 채팅 무제한 서비스로 외국어 교육을 제공하는 기업과 대학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각 대학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강좌도 비대면 교육 서비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대학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대학생들은 수준 낮은 콘텐츠의 질과 내용에 지쳐가고 있다. 온라인 강좌 중에는 위키피디아의 정형화된 정보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콘텐츠가 많다는 것이다. 구글과 네이버의 검색 정보로 성장한 대학생들이 검색 지식으로 구성된 온라인 교육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지식은 누구나 검색할 수 있는 정보지식이 아니라, 실사구시가 가능한 융합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인류학자 잭구디는 읽고, 쓰고, 해석하는 생각의 도구를 습득하는 것이 교육의 참기능이라고 했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검색 정보 지식이 생각의 도구가 될 수는 없다. 또한 면대면의 토론과 논쟁이 사라진 온라인 교육이 기존의 교육적 효과를 채울 수 도 없다. 이러한 진실을 감추기 위해 대학에서는 수시로 강의 평가를 실시하고, 수치 기반의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어떠한 온라인 교육도 오프라인의 열정적 토론과 논쟁을 담아내는 교육적 분위기를 연출할 수는 없다. 사회 진출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읽고, 쓰고, 해석하는 생각의 도구를 제공하는 질 높은 교육뿐이다. 다양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과 각종 사회적 이슈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생각의 도구를 교육시키는 콘텐츠가 답이다. 문제 해결의 열쇠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교수자가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분위기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교수자의 노하우와 전문지식이 담긴 콘텐츠로 재가공된 강좌의 지적재산권(IP)을 보장하고 전문성을 특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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