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다중대표소송 제도’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중소기업의 경영활동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가 대기업의 지배구조개선과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행위를 견제하고 소액주주에 대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다중대표소송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지역의 열악한 중소·벤처기업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경영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최근 ‘다중대표소송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 심사중이다.

코스닥협회는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시가총액이 낮은 중소·벤처기업들은 경쟁업체들이 작은 금액으로 고의적, 악의적인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기업의 이미지 실추는 물론 심각한 경영위축을 초래할 것이 우려된다며 법안(개정안)의 개정 또는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실적 부진과 만성적인 인력난 등에 시달리는 지방 소재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소송 리스크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중대표소송제도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지분율 50% 이상)의 이사를 대상으로 책임을 추궁하는 소를 제기하는 제도로, 상법 개정안에서는 상장회사의 경우 ‘모회사 지분의 0.01% 및 6개월 이상 보유(비상장회사는 모회사 지분의 1%)라는 조건만 만족하면 소 제기가 가능하도록 했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기업 총 1천369개사(외국기업 및 SPAC 제외) 중 코스닥기업 820개사가 평균 3.5개의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특히 지방소재 코스닥기업 중 자회사를 보유한 회사는 총 219사로 조사됐고, 이들 219사가 2018년~2020년 기간 중 소송건수는 181건(공시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시가총액 3천억 원 미만이 84%나 차지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기업들은 최소 200여만 원 상당의 주식만 보유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소송 리스크는 평균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협회는 전망하고 있다.

협회는 특히 지역경제를 이끄는 지방 중소기업들이 과도한 소송에 휘말려 기업경영이 위축되면 기업의 투자 위축, 경영악화,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부진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며, 지역균형 발전의 저해와 지역 간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닥 협회 정재승 회장은 이와 관련, "현행 상법에서 주주대표소송을 통해서도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에 반대한다"면서도 "만일,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100% 지분 보유 또는 기업규모(자산 2조 원 이상)를 고려해 도입해야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봉석 기자 kbs@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