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직장에서 은퇴한 뒤 고향인 강화도로 귀농해 흙을 일구며 사는 재미를 ‘풀잎처럼 사랑처럼’이라는 책으로 펴내 수필가로 등단까지 한 구자권(73)씨. 

독실한 천주교인인 그가 이번에는 강화의 전등사와 보문사를 시작으로 전국의 이름난 50여 개 불교사찰을 순례하고 그 소회를 유려한 필치로 그려낸 문화답사기 ‘베드로의 산사탐방’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제가 다니고 있는 성당의 신부님께서 천주교순교성지 순례를 권하셔서 아내와 함께 남한에 산재해 있는 천주교성지 111곳을 모두 돌아보았습니다. 그때 종교의 가치가 얼마나 중하기에 천주교 박해 때 1만 명도 넘는 엄청난 천주교인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버렸을까? 하는 화두를 안게 되었지요.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종교도 알아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불교사찰을 답사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모든 종교는 자비와 구원 또는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 생겨났고, 그러한 면에서 종교는 모두가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종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사회적 편견과 갈등 또는 소외계층이 늘어나는 까닭은 종교가 그 역할에 소홀하기 때문이지 않겠어요? 이차돈을 시작으로 종교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린 수많은 성인들의 순교정신을 받들어 종교가 화합하고, 그 역할에 충실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저의 세례명인 베드로의 이름으로 산사탐방이라는 책을 엮어냈습니다." 

이러한 저자의 뜻에 대해 전등사 여암(如岩) 주지스님은 추천사를 통해 "종교를 초월한 진리에 공감하기 위해 몸소 실천을 보여준 저자의 용기와 노고에 찬사를 보낸다"며 "이 책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구자권 베드로가 강화 전등사에서 제주 관음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산사들을 돌아본 탐방기로서 저자가 직접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생생이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산사를 찾는 이들에게 훌륭한 안내서가 될 것"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강화=김혁호 기자 kimhho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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