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존엄성과 자기주도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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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존엄성과 자기주도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 준비를 위해
김명옥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천북부지사 연명의료 전문상담사
  • 기호일보
  • 승인 2020.11.16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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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옥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천북부지사 연명의료 전문상담사
김명옥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천북부지사 연명의료 전문상담사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급격한 고령화로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5.7%에 달해 고령사회로 이미 진입했으며, 2025년이 되면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65세 이상의 노인이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지 못한 노부모를 부양하게 되는 노노 부양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7년 시범 운영을 거쳐 2018년 2월 본격적으로 시행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제도’는 여생 동안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연명의료전문상담사로 근무했을 때 상담실을 방문한 팔순의 한 고령자께서는 20여 년을 하반신마비 중풍으로 병석에 계셨지만 인지능력과 언어능력은 가능한 상태에서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다가 친지에게서 이 제도를 알게 돼 사전연명의료의향 신청 접수를 하셨는데, "평소 본인의 작은 소원 하나를 이루게 돼 고맙다"라는 말씀을 해 주셔서 담당자로서 자긍심과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총 12만여 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하고 연명치료를 대신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존엄사를 선택한 사람이 2018년 2만8천여 명에서 지난해 5만2천여 명으로 급등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하겠다. 9월 말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 총 70만8천808명 중 남자는 29.8%, 여자는 70.2%로 여자가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의향 등록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자녀들에게까지 부담 주지 않기 위해 또는 연명의료를 지속하며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을 보며 결정했다"고 답변했으며, 사업 참여자 대부분은 "홍보물 또는 지인들의 등록 사실을 알고 방문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나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아직 때가 안 돼 생각 없었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고 확인됐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제도일지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업이 시행된 이후 인식 부족, 교육과 홍보 부족으로 인해 등록기관을 제대로 찾지 못하는 혼란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고,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이 제한돼 전년도보다 등록인원이 대폭 감소했다. 

연명의료 전문상담사로서 연명의료결정제도 활성화를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다양한 홍보를 통해 19세 이상 국민이라면 모두가 동참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경로당 등을 통해 홍보를 추진했다면 앞으로는 전 국민 대상의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가족들에게는 물질적·정신적 부담이 줄어들 것이고, 당사자는 고통에서 해방되며 의료진과 국가의 부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연명의료 등록기관은 전국 447개소인데 그 중 53%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 교통 등 접근성이 좋으나 지방의 경우에는 접근성이 좋지 않아 사업 참여를 위해 먼 길을 찾아와야 하는 형편이다. 따라서 연명의료 등록기관을 확대하거나 출장 신청 기관을 운영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등록기관 확대를 통해 전문상담사들의 상담 역할 범위가 넓어지면 인생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려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미국의 한 학자는 "품격 있는 죽음은 품격 있는 삶의 결과와 같다"라고 말했다. 고령화 시대에서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고민과 아울러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할 필요가 있으며, 연명의료결정제도 정착을 위한 사회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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