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고 있는 아이들 대부분은 하루 세 끼의 식사를 하면서도 정작 쌀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김치의 재료인 배추는 어떻게 재배되는지 알지 못한다. 농작물이 재배되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경기도내 도시지역에서도 논과 밭을 쉽게 접할 수 있었지만 잇따른 도시개발로 인해 농사를 짓는 모습은 체험학습이나 TV 등을 통해 접하는 것이 전부가 됐다. 이 때문에 개구리 우는 소리를 단 한 번도 듣지 못한 아이, 달팽이가 배추 등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지 못한 아이, 추수가 끝난 논에서 벼 이삭을 먹고 있는 겨울 철새를 보지 못한 아이 등 자연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아이들에게 직접 농사를 지어 보는 경험을 제공하고, 그 과정 속에서 친환경 생태교육도 펼치는 경기꿈의학교가 있다. 안산지역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인 ‘소나기팜’이 그 주인공이다.

 지역 전문가와 시니어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매년 성장하고 있는 ‘소나기팜’은 삶의 터전인 마을과 지역, 이웃들과 함께 ‘마을교육공동체’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편집자 주>

지역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볏짚으로 달걀 꾸러미와 빗자루 등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
지역 어르신들의 도움으로 볏짚으로 달걀 꾸러미와 빗자루 등을 만들고 있는 학생들.

# 아이들의 손으로 크는 꿈의학교

경기도교육청이 운영 중인 ‘경기꿈의학교’는 ▶학생이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 ▶다함께 꿈의학교 3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학생이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는 청소년 누구나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해 꿈의학교를 설립한 뒤 직접 운영하는 교육활동이며,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학교’는 개인 및 비영리단체 등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학생이 참여하는 방식이다. ‘다함께 꿈의학교’는 수련원과 문화의집 등 지역 인프라 활용을 위해 기관과 기업 등이 교육지원청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운영된다.

‘소나기팜’ 꿈의학교는 학생이 스스로 계획해 운영하는 ‘학생이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로, 2017년 개설돼 올해로 운영 4년 차를 맞았다.

‘소나기팜’ 꿈의학교를 개설하고 운영 중인 꿈짱(꿈의학교 운영자) 김이현(안산 송호고 1년)양은 "도시농업을 하시는 아빠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따라다니며 느낀 농사의 재미와 기쁨을 또래 친구들도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서 꿈의학교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운영 첫해였던 2017년에는 학현초와 안산양지초, 송호중 등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모두 20명의 아이들이 참여했다.

‘소나기팜’은 꿈의학교 활동을 통해 ▶함께 일궈 가는 활동으로 소통과 공감능력 키우기 ▶꼬마농부 프로그램을 통해 미생물학자와 식물학자로서의 농부 알기 ▶땀 흘려 가꾼 농작물을 수확하고 나누는 등 나눔과 봉사 실천하기 ▶함께 성장하는 원예치료 프로그램으로 자아존중감 키우기 ▶함께 하는 마을교육공동체의 생태 체험으로 생태감수성 키우기 등을 목표로 했다.

당초 밭농사를 통한 생태체험활동을 위해 학현초 인근의 공터를 제공받아 아이들이 직접 땅을 개간해 밭으로 일궜지만, 갑작스러운 토지주의 퇴거 요구에 재차 학현초 내에 텃밭을 조성해 꿈의학교 활동을 진행했다. 또 충남 홍성군 홍동마을의 풀무학교와 군포시 전국귀농운동본부교육장 등 생태마을 탐방 활동도 병행했다.

학생들이 직접 재배한 벼를 추수한 뒤 탈곡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재배한 벼를 추수한 뒤 탈곡하고 있다.

2018년에도 17명의 아이들이 모여 학현초 내 텃밭에서 활동을 펼쳤던 ‘소나기팜’은 지난해 안산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화랑유원지 내 시민농장에 160여㎡ 규모의 논과 밭을 조성했다. ‘다양한 토종벼와 곡식, 생태계가 살아있는 미래 농벤저스들의 배움터’로 이름을 지은 해당 농지에서 아이들은 직접 모내기와 피사리(논의 잡초를 제거하는 일) 및 수확을 하고, 감자·쌈채소·배추 등 여름작물과 가을작물 등을 재배하며 농사를 체험하고 있다.

또 농업박물관 및 스마트팜(Smart Farm·정보통신기술을 농업 전반에 접목해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리하고 생산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농장)을 견학하고, 직접 재배·수확한 배추로 김장을 담근 뒤 인근 노인정 등에 기부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올해도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15명이 참여한 가운데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붉은 차나락’과 ‘북흑조’, ‘조동지’ 등 토종벼를 이용한 논농사는 물론 배추와 옥수수, 목화와 방울토마토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며 자연의 소중함을 배웠다.

김이현 양은 "지난 4년간 ‘소나기팜’이 운영되는 동안 3년을 꿈짱으로 활동했는데, 꿈의학교 활동을 통해 많은 청소년들에게 농사의 다양성과 수확의 기쁨을 알릴 수 있어 뿌듯하다"며 "보다 많은 청소년들이 ‘소나기팜’에 참여해 농사는 물론 자연과 생태계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소나기팜’ 학생들이 안산 화랑유원지 내 시민농장에 마련된 논에서 모내기 작업을 하고 있다.
소나기팜’ 학생들이 안산 화랑유원지 내 시민농장에 마련된 논에서 모내기 작업을 하고 있다.

#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 하는 생태 체험

‘소나기팜’이란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 자연과 ‘소’통하고 ‘나’누며, ‘기’쁨을 통해 배려와 협력으로 하나가 되는 ‘생태공동체(Farm)’의 줄임말이다.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소나기팜’은 마을교육공동체와 함께 하는 꿈의학교다. 논과 밭을 기본 교육장으로 하되, 구체적인 농사일보다는 원리와 과정, 결과가 되는 먹거리에 대한 학습을 중심으로 한 활동을 위해 다양한 지역 전문가들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소나기팜’의 꿈지기(실무 운영자)를 맡고 있는 유수정 씨는 학현초에서 근무 중인 현직 교사다.

유수정 교사는 "개인적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생태교육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학현초에서 생태교육의 일환으로 텃밭 가꾸기 등의 프로그램이 시행됐고, 이를 계기로 학교 인근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며 "그때 ‘소나기팜’의 또 다른 꿈지기인 도시농업 전문가 김재규 선생님을 통해 농업을 주제로 한 꿈의학교 개설을 희망하는 아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꿈지기로 참여하게 됐다"고 참여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현재 ‘소나기팜’은 학생이 만들어 가는 꿈의학교로서 꿈지기와 참여 강사들은 운영을 주도하기 보다 아이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지원하는 역할만 맡고 있다"며 "이 같은 운영 방식을 통해 아이들은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산지역 도시농업 관련 단체인 ‘안산도시농업연대’와 먹거리 및 논 생태를 연구하는 ‘안산 한살림’ 등의 단체들도 농사와 논 생태 교육 관련 강사 및 교재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영식 곤충박사 등 지역 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텃밭의 생태계 곤충 탐구 활동과 한의학 및 미생물학 등에 대한 강의도 실시한다.

스마트팜 견학에 나선 ‘소나기팜’ 학생들
스마트팜 견학에 나선 ‘소나기팜’ 학생들

이 밖에도 지역의 많은 노인들이 참여해 농사 경험을 전달하고, 추수 후 남은 볏짚으로 달걀 꾸러미와 빗자루 만드는 법을 알려 주는 등 지식과 지혜를 전수하고 있다.

심지어 화랑유원지를 찾은 일반 시민들도 아이들의 농사 짓는 모습을 지켜보며 여러 노하우를 알려 주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안산시농업기술센터도 ‘소나기팜’의 활동을 위한 농지 제공을 비롯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지원 중이다.

유수정 교사는 "안산지역 많은 분들의 지원과 도움을 통해 ‘소나기팜’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마을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문화를 경험하고, 자연의 일부분으로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상생과 환경의 소중함을 비롯해 자연환경과의 소통과 공감 능력을 배워 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도시 안에서 자연생태계를 되살려 보고, 환경보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사진= <소나기팜 제공>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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