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이 지난 13일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호텔에서 본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며 후원활동을 하며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불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이 지난 13일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호텔에서 본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며 후원활동을 하며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나눔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일이지만 결국에는 하는 사람의 기분이 좋아집니다. 내가 대한민국의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 했구나 하는 자존감, 어른으로서의 도리, 인간으로서의 애정, 이런 것들이 있어요. 그 마음을 인천시민들이 가졌으면 하는 것이 내 희망입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인천 출신 배우 최불암(79)회장이 시민들에게 나눔과 동행을 제안하기 위해 고향을 찾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자칫 마음까지 멀어질까 걱정되는 요즘,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또 그가 기대하는 인천의 미래, 인천의 나눔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40여 년간 기부문화 확대에 앞장서 온 최 후원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3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 후원회장 이·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인천을 찾은 최 후원회장은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나눔에 대한 생각을 풀어갔다. 

최 후원회장은 MBC 드라마 ‘전원일기’ 극 중에서 막내아들 금동이를 입양한 스토리를 계기로 어린이재단을 통해 한 아이를 후원하기 시작하면서 1981년 어린이재단과 인연을 맺게 됐다.

1980년대 초반은 어린이재단이 ‘우리나라 아이들은 우리의 힘으로 키운다’는 신념 아래 아이들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후원자를 찾기 시작한 시기였다. 최 후원회장 역시 1983년 서울후원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방송·캠페인 등을 통해 후원자를 모집하는 데 힘을 보탰다. 

1984년 최 후원회장 부부는 미국 기독교아동복리회 본부의 초청을 받아 미국 리치먼드로 향한다. 미국 하원의원과의 대담시간을 갖고, 장애를 가진 우리나라 아이를 입양한 미국 가족과 보낸 그 시간은 최 후원회장이 지금까지 나눔을 이어올 수 있게 한 동력이 됐다.

최 후원회장은 "40년 가까이 나눔을 실천해 오면서 ‘이만큼 했으면 됐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며 "그때마다 1984년 미국에서의 경험을 떠올리며 ‘타국의 아이들에게도 진심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도 이 아이들과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다짐을 한다"고 회상했다.

그에게 ‘나눔’이란 ‘아이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환경적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우리 주위에는 경제적 이유로 끼니를 거르거나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 비가 새는 열악한 집에 사는 아이, 꿈을 포기하는 아이 등 사랑과 관심이 절실한 아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그 아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누군가가 대신 짊어질 수는 없으나 조금씩 나눠 수많은 사람들이 그 짐을 함께 나눠 들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재단에서는 51만 명이 넘는 후원자들이 이를 위한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최 후원회장은 "불씨가 꺼져 가는 어린 생명을 살려 내고, 힘들 때 쉬어 갈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주며, 미래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선물하는 일은 바로 ‘나눔’을 통해 가능하다"며 "우리 아이들을 위해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고,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 손을 놓지 않으신 수많은 후원자님이 있기에 지금을 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듯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애쓰고 있는 만큼 도움의 손길이 제때 미치지 못하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다. 최 후원회장은 지난 9월 인천에서 형제가 화재로 참변을 당한 일에 대해 크게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불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이 지난 13일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호텔에서 본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며 하트 모양의 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불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이 지난 13일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호텔에서 본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며 하트 모양의 손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는 사업 진행을 위한 후원자 발굴, 아동친화적인 정책 개발, 체계적인 아동복지서비스 네트워크 구축 등 어른들의 많은 노력과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점에서 어린이재단이 추진하고 있는 ‘아이리더 캠페인’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아이리더 캠페인’은 단순한 후원자와 후원아동의 관계가 아닌 아동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멘토와 멘티 관계로 동반 성장하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인천지역에서는 2019년부터 어린이재단 인천지역본부 후원회 주도로 올해 2기까지 총 55명의 아이리더들이 학업 및 예체능,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재능을 갈고 닦고 있다.

최 후원회장은 "후원자의 물질적·정서적 응원을 통해 아이리더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된다"며 "인천 아이리더 아동들이 인천지역의 미래를 밝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기대했다.

인천에서 태어난 최 후원회장은 고향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도 아낌없이 표현했다. 

그는 "인천은 고향이긴 하지만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좀 알만 할 때 서울로 가다 보니 마음껏 누려 보지 못한 고향"이라며 "항구도시이자 산업화 도시로 오히려 서울보다 일찍이 문물이 발전했는데 워낙 서울이라는 큰 그늘 밑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이가 돼서 와 보니 서울보다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못내 아쉽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아쉬움은 나눔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최 후원회장은 여러 지역의 사람들이 모여 제2의 고향을 만들면서 생긴 외로움이 큰 데 비해 인천의 응집력이 약한 점을 짚었다. 특히 ‘내가 안 하면 남이 하겠지’, ‘남이 안 하니까 나도 안 해야지’하는 갈등구조를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최 후원회장은 "도시가 뭘 바라보고 살았을까 생각해 보면 다들 자기 삶을 바라보고 산 것 같다"며 "저 또한 인천을 그동안 등한시했고, 살아가다 보니 정을 부족하게 줬다는 것이 후회스럽다"고 돌아봤다.

그럼에도 인천이야말로 ‘사람 사이의 정을 안고 사는 도시’라고 자랑했다. ‘정(情)의 지역, 사랑(愛)의 지역, 이웃과 친화의 지역’이 인천이라는 것이다.

최 후원회장은 "‘한국인의밥상’을 하면서 방문한 과자집과 선장집 등 인천 곳곳에서 인간적인 정으로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며 "그 모습이 인천에 남아 있다는 것은 유일한 인천의 정체성을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인천에 남아 있는 사람 간의 ‘정’을 살리기 위해서는 ‘함께 꿈꾸는 미래’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 후원회장이 제시한 미래는 바로 ‘아이들’로 귀결된다.

최불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이 지난 13일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인천 후원회장 이·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불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이 지난 13일 인천시 연수구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인천 후원회장 이·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 후원회장은 "인천 사람들이 더 이상 외롭지 않고 결집되려면 한눈으로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며 "정서적으로 내가 없으면 아이들의 미래가 없다는 집합된 생각이 인천의 정체성으로 굳어졌으면 좋겠고, 가까이 더 가까이 하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결집을 이끌어 내는 어린이재단과 후원자들에게 지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먼저 전임 회장인 김용일 후원회장에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 자격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2016년 취임 이래 4년 동안 따뜻한 리더십으로 인천지역 아동을 위한 많은 후원자를 개발했고, 재단의 아동사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새롭게 취임한 정덕수 신임 회장에게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금과 같이 인천후원회를 잘 이끌어 달라고 부탁했다. 

인천의 아동들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최 후원회장은 "오늘날 어른들의 문제로 아이들의 행복한 미소가 줄어들고 있는데, 아직 우리 주위에는 마음 따뜻한 후원자가 많다는 사실을 늘 생각하면서 힘내 달라"고 주문했고, 후원자들에게도 "우리 아이들을 후원하는 것이야말로 미래 그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투자이기 때문에 인천지역 후원자님들의 변치 않는 사랑과 관심을 요청 드린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인천사람’으로서 언제나 환영과 지지를 보내 주는 시민들에게 감사와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뜻을 전했다. ‘귀소본능’에 따라 하는 일이 끝나면 언젠가는 인천으로 올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열어 둔 채로 말이다.

최 후원회장은 "서울이나 지방에서 만난 사람들이 ‘나 인천입니다’하고 말을 걸어오면 어찌나 반가운지 이산가족을 상봉하는 느낌"이라며 "새 한 마리나 물고기 한 마리도 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 결국 고향을 벗어날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시민들과 같이 살고 싶고, 같은 정서를 갖고 이야기하고 싶고, 사랑하고 나누고 같이 웃고 싶은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사진=이진우 기자 lj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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