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정교함 떨어지는 빌드업 전술이 탈압박 실패와 맞물리며 역전패를 자초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5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비너 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서 치러진 멕시코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21분 황의조(보르도)의 선제골이 터졌지만 후반에 내리 3실점하는 아쉬움 속에 끝내 2-3 역전패를 당했다.

올해 초부터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여파로 국가대항전(A매치)을 치르지 못했던 벤투호는 11월 A매치 데이를 맞아 어렵게 멕시코, 카타르와 원정 2연전을 치르게 됐다.

하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오스트리아 빈으로 이동한 벤투호는 자체 방역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무려 6명의 선수가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는 황당한 상황을 겪었다.

멕시코전 취소 위기까지 몰렸던 벤투호는 우여곡절 끝에 평가전을 치르게 됐지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6명의 선수를 제외한 19명의 선수만 참가할 수 있었다.

권창훈(프라이부르크), 이동준(부산), 조현우(울산), 황인범(루빈 카잔), 김문환(부산)과 나상호(성남)가 빠진 벤투호는 교체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위 멕시코와 맞섰다.

하지만 골키퍼부터 시작해 허리 라인을 거쳐 최전방으로 전개되는 벤투호의 빌드업 전술은 멕시코의 강한 압박에 번번이 패스길이 차단당하며 실점 위기를 자초해야만 했다.

한국은 이날 권경원(상주)-정우영(알사드)-원두재(울산)의 스리백과 좌우 윙백에 이주용(전북)-김태환(울산)을 배치한 3-4-3 전술을 썼다. 수비 상황에서는 윙백이 가세하는 5-4-1 전술로 멕시코의 공세를 막아냈다.

하지만 벤투호로 ‘월반’한 원두재가 포함된 수비 라인은 불안했다. 여기에 스리백 라인은 조현우의 공백을 오랜만에 메운 구성윤과의 호흡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어색한 수비라인을 가동한 빌드업에서 결국 누수가 생겼다.

전반 2분 구성윤의 패스가 잘리면서 슈팅 기회를 내준 한국은 전반 15분 빌드업 과정에서 후방으로 백패스된 볼을 빼앗기며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구성윤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지만 완벽한 실점 상황이 될 뻔했다.

전반 31분에도 중원에서 패스길이 막히자 손흥민(토트넘)이 시도한 횡패스가 차단돼 실점 위기를 맞았다. 멕시코는 벤투호의 빌드업 상황에서 최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며 패스 루트를 막았고, 탈압박에 실패한 선수들은 잇달아 패스 실수를 범하며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후반의 3실점 가운데 2골은 빌드업 패스 실패로 나왔다. 후반 22분과 24분 실점 과정은 수비수의 전진 패스가 상대에게 잘리면서 비롯된 게 뼈 아팠다.

강호와의 평가전인 만큼 빌드업 과정을 훈련해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전술이 먹히지 않았을 때 대안 카드가 마땅치 않은 벤투호의 현주소가 제대로 드러난 경기였다.

더불어 손흥민과 황의조의 합작으로 선제골에 성공했지만 이 외의 득점 루트가 보이지 않는 것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17일 카타르와의 2차 평가전을 앞두고 벤투 감독의 전술 변화가 절실한 부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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