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삼우(北窓三友)
상태바
북창삼우(北窓三友)
최계철 (사)인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11.17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계철 (사)인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최계철 (사)인천행정동우회 기획정책분과위원장

거문고와 책, 시와 술은 선비나 처사, 은자나 야인들이 늘 가까이에 두고 즐기는 것들을 말한다. 속세를 멀리하고 명리에 초연한 이들에게 고아한 즐거움을 누리게 해 주는, 말하자면 사색과 존재의 벗들이었던 셈이며 이 중에 특히 거문고와 시, 술을 ‘북창삼우(北窓三友)’라 한다. 장한가로 유명한 당나라 시인 백거이의 시에서 유래됐다. 북쪽에 창을 낸(속세를 벗어난 혹은 속세와 담을 친) 사람들의 벗이라니 얼마나 시적인가? ‘오늘 북창 아래에서 무엇 하느냐고 스스로 물어보네. 아! 세 친구를 얻었으니 세 친구는 누구인가. 거문고를 뜯다가 술을 마시고 술을 마시다 문득 시를 읊으니 세 친구가 번갈아 서로를 끌어주어 돌고 돎이 끝이 없구나(今日北窓下 自問何所爲 欣然得三友 三友者爲誰 琴罷輒擧酒 酒輒吟詩 三友遞相引 循環無已時)’.

이태백은 산중대작(山中對酌)에서 ‘나는 이제 술에 취해 자려고 하니 그대도 돌아가고 내일 다시 생각나거든 거문고를 안고 오시게(明朝有意 抱琴來)’라 하여 취해 흥을 돋우는 데는 술을 함께 거문고가 제격이라 했고, 시성(詩聖) 두보는 야연좌씨장(夜宴左氏莊)에서 ‘밤이슬에 가느다란 달 떨어지고 옷섶에 이슬이 내릴 때 조용히 거문고 현을 매만진다(林風纖月落 衣露靜琴張)’하여 거문고 소리가 고아하게 울려 퍼지는 연회의 모습을 그렸다.

거문고를 특히 사랑했다던 도연명의 시(勸農, 其六)에도 ‘孔子는 도덕을 갈고 닦기에 일생을 바치셨으며, 농사일만 질문하던 제자 번수(樊須)를 질책하셨다. 동중서는 금서(琴書)의 즐거움에 탐닉한 나머지 삼 년 동안 田園으로 나가 본 적이 없었다. 내 만약 이들처럼 세속의 이익에서 초연할 수 있다면 숭고한 발자취 기꺼이 따를 일. 어찌 옷깃 여미고 공경하지 않으랴? 그 아름다우신 덕망 응당 칭송해야 하리라(孔耽道德, 樊須是鄙.  董樂琴書, 田園不履. 若能超然, 投迹高軌. 敢不斂임, 敬贊德美)’며 속세를 떠나 금서(琴書)에 파묻힌 동중서를 부러워했다. 

또한 그가 41세에 현령(지금의 읍장)의 벼슬을 미련 없이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지은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도 ‘거문고를 타고 책을 읽으며 시름을 달랜다(樂琴書以消憂)’하여 거문고와 책은 은자의 운명적인 벗임을 표현했다. 도연명은 특히 줄이 없는 거문고를 두고 살았는데, 술기운이 오르면 늘 줄 없는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소리보다 거문고 속에 담긴 뜻이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죽을 때까지 도연명을 그렸던 추사 김정희 선생도 52년 동안 줄 없는 거문고를 소중히 보관했다. 예산에 있는 그의 고택 주련(柱聯)에는 ‘반나절은 정좌하고 반나절은 책을 읽고(半日正坐 半日讀書)’, ‘산 위에 뜬 달은 거문고를 비춘다(山月照彈琴)’라는 글씨가 있다.

어찌 거문고를 6개의 줄이 오동나무에 튕겨지는 소리로만 들으며 즐겨야 하는가? 우리의 선비들이 거문고를 특별대우하게 된 역사적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채근담에 보면 ‘금서의 참맛은 자연이란 책을 읽고 자연이란 거문고를 타는 것이라 거문고는 줄이 없어도 탈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줄 있는 거문고를 탈 줄은 알아도 줄 없는 거문고는 탈줄 모른다(知彈有弦琴 不知彈無弦琴)’고 하였는데 이는 노자의 무(無)의 소용(所用)와 소리 없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깨우침의 이치와 상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금서시주(琴書詩酒)를 사랑한 선비들이 많았는데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는 시와 술, 거문고를 좋아해서 3혹호(三酷好) 선생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조선 초 장흥부사와 의주목사를 지내고 청백리로 추앙받는 대학자 양관(1437~1507)이 임기를 끝내고 돌아갈 때 그의 행장에는 소학 1질과 두보 시집 2권, 삼베이불과 함께 거문고 1척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북창삼우와 더불어 소나무(松)와 대나무(竹), 매화(梅)를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고 종이(紙), 붓(筆), 벼루(硯), 먹(墨)을 문방사우(文房四友)라 한다. 이것들을 모두 갖추면 더 욕심나는 것이 무엇일까? 명리를 초월해  조용히 염담을 즐기는 선비가 될 수 있을까? 갖추는 것만이 아니라 늘 가까이 어루만지고 빠져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중에 가장 으뜸이 바로 술일 텐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격 미달이다.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