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정부가 또 하나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1억 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내 규제지역의 주택을 살 경우 그 대출을 회수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명칭은 ‘가계대출 관리 방안’이지만, 실제로는 계속해서 실패하는 부동산 대책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부동산 규제가 안 먹히니 금융 규제 카드까지 꺼내든 것 아닌가 싶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가계대출 부실화를 막는 점에선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부동산 대책으로선 실패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신용대출까지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다주택자가 아닌)무주택자들이다. 이들의 실수요를 틀어막고, 그나마 남은 내 집 마련의 꿈까지 산산조각 내는 나쁜 규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한 것도 모자라 ‘전세대란’이라는 신종 돌연변이까지 만들었다. 110일 전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며 제정된 ‘임대차3법’이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만 심화시켰다. 대통령까지 나서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난이 임대차법 때문은 아니라 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확실한 대책이 있으면 발표했을 것이라는 체념성 답변까지 내놓으며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번에도 여당 의원들이 나섰다. 전셋값 상한선을 정하고, 전세 계약기간도 최장 6년까지 늘리는 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했다. 규제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계속해서 규제로 풀어가겠다는 그 우직(어리석고 고집스런)함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실수요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따라 ‘필요한 주택을 어떻게 제공하느냐’가 문제의 본질인데, 그것만 빼고 다른 것만 두들겨대니 문제가 커지며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이번에 내놓은 신용대출 규제도 같은 맥락이다. 대출이 늘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게 아니라 부동산 가격이 올라 대출이 늘어나는 것인데, 자꾸 대출만 조이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다. 이러면 실수요자, 특히 서민들은 집 살 생각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고, 결국 돈 있는 사람만 집을 살 수밖에 없다. 규제를 버리고 시장원리로 돌아가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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