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희 군포시장
한대희 군포시장

"헌 집 줄게 새집 다오." 2006년 ‘재정비촉진특별법’ 일명 뉴타운법 제정으로 서울과 경기도는 물론이고 전국이 뉴타운 사업 붐이 불었던 때가 있었다. 필자가 시장으로 있는 군포시도 당시 뉴타운 사업 광풍이 몰아쳤다. 그도 그럴 것이 군포시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에서 1960~70년대 급속한 공업화로 인해 이렇다 할 도시계획 없이 도시화가 이뤄졌고, 1980년대 들어서야 당동, 산본동, 금정동 지역을 ‘안양8지구 토지구획 정리사업’으로 추진했지만 도시기반시설  부지 확보가 여의치 않았다. 군포는 시간의 흐름 속에 점점 정체화되고 있었고 도시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뉴타운 사업은 민간주도 개발과 달리 도시기반시설을 광역적으로 갖춘 상태에서 지역별 특성에 걸맞은 주거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도심 공간구조 개선과 함께 도시 전체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아울러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인간 중심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21세기형 고품격 주거공간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동안 도시변화에 굶주렸던 군포시민들에게 도시 조감도는 미래지향적 청사진이었다. 이에 2007년 금정역세권 재정비촉진지구(‘금정뉴타운’)와 군포역세권 재정비촉진지구(‘군포뉴타운’)로 지정 고시되고, 금정뉴타운 7개 구역과 군포뉴타운 14개 구역 2만4천281가구를 계획해 낙후된 도심지역의 도시기능 회복과 시민의 주거 편의를 도모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황금 노다지라고 여겨지면서 순조로울 것 같았던 뉴타운 사업이 거의 모든 곳에서 좌초됐다. 이유는 많았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그에 따른 부동산 경기 하락, 임대 수입 중단 등을 우려하는 건물 소유주의 극심한 반대 등으로 난항을 겪었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출구 전략을 논의하면서 군포시도 2010년 금정뉴타운이, 2012년에 군포뉴타운 지역이 모두 ‘재정비촉진지구 및 촉진계획 결정’이 해제됐다. 군포시 뉴타운 사업과 시민들의 꿈은 그렇게 허망하게 막을 내렸다. 

뉴타운 해제 이후 10여 년이 지난 군포시는 이렇다 할 도시정비 관리 방안이 사실상 없었다. 특히나 군포역 인근 지역은 곳곳에 들어선 나홀로 아파트로 인해 지금은 어찌해볼 방법도 없을 정도로 도시가 황폐해졌다. 여기저기 미분양이 넘치고 그에 따른 분양 현수막들이 건물을 도배했다. 이에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주민들 요구가 거세지면서 주민제안 방식의 정비사업과 지역주택조합사업이 추진되는 등 체계적인 도시정비 방안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에 군포시는 지난 10월 30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 군포도시공사와 함께 ‘군포시 정비사업의 성공적 수행을 위한 기본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정비사업에 대한 전문인력과 다양한 개발 노하우를 가진 LH가 정비기본계획 수립 등 정비사업에 대한 참여를 군포시에 제안함에 따라, 군포도시공사와 더불어 협력적 파트너십 지원체계 구축을 위해 마련됐다.

군포시 등 3개 기관은 이번 협약을 통해 도시정비 기본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순환정비 방식의 사업을 시행할 경우 순환용 주택 확보 등 주민들의 원활한 이주대책 등에 대해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협약에서 정한 사항을 구체화하고 내년 상반기 안으로 정비기본계획 수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

뒤돌아 보면 뉴타운 사업 실패 원인이 금융위기나 부동산 경기 하락 등도 있었겠지만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충분한 이해 부족, 시와 주민들 간 소통 미비 등으로 주민 참여와 협치가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민선 7기 시장이 되면서 시정 최우선으로 내세운 것이 시민과의 소통과 협치다. 도시의 100년을 좌우하는 도시계획에 시민과의 소통과 협치 없이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10년 전 뉴타운사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다시는 이런 누를 되풀이하지 말아야겠다. 이에 다시 시작하려 한다. 군포시민들의 숙원사업인 금정·군포역세권 등 기존 시가지 정비사업이 합리적이고 균형 있게 추진되기 위해 LH, 군포도시공사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시민들과 충분한 소통과 참여로 도시정비 사업의 성공적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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