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무엇인가 귀하게 생각될 때 "소중하다"라고 말한다. 반면, 관심이 없거나 중요하지 않을 때 ‘하찮다’라고 느낀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어딘가에는 필요하고 쓰임새가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친한 선배에게 "오늘 저녁 식사 하실까요?"라고 전화를 드렸다. 대답은 "지금 친구네 공장에서 족발을 시켜 먹는 중이니 빨리 오시게" 라는 한마디에 고민없이 차를 돌려 그곳을 향했다. 선배의 부탁대로 편의점에서 술과 컵라면 등을 간단히 구입한 후 도착해보니 지인들이 모여 소소한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출출한 상태라 아무 생각 없이 허겁지겁 족발을 먹었다. 

하지만 허기진 배를 어느 정도 채운 후에야 사람 숫자에 비해 나무젓가락 한개가 모자라 한 선배가 아무 것도 먹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중간에 차를 타고 편의점에 몇 차례 다녀온 터라 젓가락을 구하러 다시 가기는 좀 귀찮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그 흔한 젓가락이야 어딘가에 하나 정도 있겠지"하는 생각에 선배들과 개인 차량, 공장 내부 여기 저기 찾아보았지만, 결국 또다시 편의점을 갈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은 작은 젓가락 하나가 참 번거롭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편으로는 그동안 대수롭지 않게 여겨왔던 일회용 나무젓가락 하나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하찮은 것도, 하찮은 일도 없는 것 같다. 

그날 일회용 젓가락 하나가 없어 누군가 먹지 못하며 편의점을 왔다 갔다 하던 불편함이 내게는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소중과 하찮음’이라는 것이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른 것처럼, 어떤 이에게는 별것 아닌 것일 수도 있고, 소중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결코 혼자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작은 모임도, 회사나 단체도 하나의 작은 사회라 할 수 있다. 상생과 발전을 위해서는 구성원 간에 존중과 배려, 소통과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만, 옳다고 생각하면 명분과 논리를 갖고 개선을 위한 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대의(大義)를 위해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말고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낮출 줄도 알아야 한다. 내가 먹지 않을 우물이라고 해서 침을 뱉으면 그 구정물이 언젠가는 내게 올 수도 있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작은 것도 소중하게 여기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임하는 행복한 인생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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