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사진>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카타르전 승리로 ‘한국 축구 A매치 통산 500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은 1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마리아 엔처스도르프의 BSFZ 아레나에서 2연패의 수모를 안겼던 카타르와의 평가전에 나서 황희찬(라이프치히), 황의조(보르도)의 연속골로 2-1 승리를 거뒀다. 황희찬은 킥오프 16초 만에 골을 넣어 한국 축구의 A매치 역대 최단시간 득점 기록을 세웠다. 오스트리아 원정 A매치 1차전 멕시코전 2-3패 이어 2경기 성적은 1승1패.

이로써 한국 축구는 1948년 런던 올림픽 1차전 멕시코전(5-3)에서의 A매치 첫 승 이후 72년 만에 통산 500승(228무201패)을 달성했다.

▶손-황 특급 조합=벤투호는 카타르전에서 황희찬의 ‘눈 깜짝할 새’ 골에 이어 손흥민(토트넘)-황의조의 합작 결승골로 승리했다. 이재성(홀슈타인 킬)의 침투 패스를 잡은 손흥민이 땅볼 크로스를 내주자 쇄도하던 황의조가 오른발을 갖다 대 골을 뽑았다.

‘손흥민 도움-황의조 골’은 한국 축구의 필승 공식으로 굳혀지고 있다. 손-황 듀오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했고, 지난해 9월 A대표팀의 조지아 평가전에서 손 도움-황 득점 공식으로 골을 생산했다.

올 시즌 손흥민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 공동 선두(8골)를 달리는 반면, 황의조는 프랑스 리그1 9경기 0골에 그쳤다. 그러자 대표팀 ‘캡틴’ 손흥민이 황의조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도우미를 자처했고, 이번 멕시코전에 이어 카타르전까지 황의조의 2경기 연속골을 돕는 성과로 이어졌다.

카타르전 득점 상황, 황의조 주변에는 골키퍼까지 총 3명의 카타르 선수가 있었다. 손흥민의 패스는 황의조가 달려가 발을 갖다 댈 수 있는 매우 좁은 공간으로 정확히 배달됐다. 이제 손-황 콤비플레이는 눈빛만 봐도 서로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서고 있다.

▶평가전에서 발견된 개선점=한국 축구대표팀은 이번 A매치 2경기에서 4골을 넣으면서도 4골을 허용해 ‘빌드업 조직력 끌어올리기’라는 절실한 과제를 남겼다.

벤투호의 원정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중앙 수비자원인 김민재(베이징 궈안), 박지수(광저우 헝다)는 소속팀 반대로 데려오지 못했고 좌우 풀백 홍철(울산)과 이용(전북)은 부상으로, 왼쪽 풀백 김진수(알나스르)는 코로나19 확진으로 합류하지 못했다. 오스트리아에 도착 후 두 차례 코로나19 진단 검사에서 6명의 선수가 양성 반응이 나와 19명의 선수로 경기를 치러 1승1패의 균형을 맞췄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소집 때부터 핵심 수비수들이 합류하지 못한데다 오른쪽 풀백 김문환(부산)은 오스트리아에서 코로나19 양상 판정을 받아 수비라인은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벤투 감독은 멕시코전에는 수비를 강조한 스리백 전술을 가동했고, 상대적으로 앞선 카타르전에는 포백 전술로 나섰다. 수비조직력이 떨어지다 보니 빌드업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중앙 수비수로 ‘신예’ 원두재(울산)와 ‘베테랑’ 권경원(상주)은 대표팀의 빌드업 과정에 익숙지 못한 듯 잦은 패스 실수로 실점 위기를 자초했다.

벤투 감독은 멕시코를 상대로 전·후반 내내 빌드업을 시도했지만 황의조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2-3 역전패했다. 카타르전에서도 빌드업을 앞세워 공격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했지만 자기 진영을 지키고 역습에 나선 상대 전술에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쳐야만 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손준호(전북)를 교체 멤버로 투입해 전술 변화를 줬다. 중앙 미드필더 손준호의 발끝에서 최전방 공격진을 향한 날카롭고 빠른 롱패스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빌드업과 롱패스가 적절히 분배되면서 공격 과정에 속도감을 붙일 수 있었다.

2경기를 치르는 동안 내준 4골 가운데 2골은 빌드업 과정에서 벌어진 패스 실수로 자초됐다. 내년 3월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 재개를 앞두고 빌드업과 롱패스의 적절한 조화는 큰 과제로 남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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